유럽 최빈국이자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몰도바의 마이아 산두 대통령이 “지금은 몰도바가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가장 위험한 시기”라고 말했다.
산두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우크라이나를 넘어 몰도바 동쪽 국경을 향하고 있다”며 “우리는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우리는 우리의 안전을 100% 보장할 수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몰도바를 향한 러시아의 위협은 지난달 22일 루스탐 미네카예프 러시아 장군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을 넘어 몰도바의 친러시아 지역까지 점령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가시화됐다.
최근에는 몰도바 내 친러시아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 러시아군이 침공 명분을 쌓기 위한 ‘위장 전술’을 시도한 정황도 포착됐다. 트란스니스트리아 경찰은 지난달 25일 ‘자칭 수도’ 티라스폴의 국가보안부 건물를 향한 공격이 잇달아 발생했다고 밝혔는데,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러시아인들을 결집하기 위한 러시아 당국의 소행”이라고 반박했다. 러시아는 과거에도 러시아 평화유지군이 사망했다는 것을 명분삼아 조지아를 침공한 역사가 있다.
러시아군의 커지는 위협에 맞서는 몰도바의 군세는 우크라이나보다 훨씬 열악하다. 이코노미스트는 몰도바에 전투기나 헬리콥터가 한 대도 없을 뿐 아니라 전차는 2차 세계대전 때 사용되던 것이라고 타전했다.
몰도바가 러시아군의 침략에 취약한 이유는 또 있다. 몰도바는 유럽연합(EU)에 속해있지 않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군사 동맹에도 가입돼 있지 않다. 과거 몰도바의 동맹 가입 시도는 매번 러시아에 의해서 단념됐다. 이에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가 몰도바를 침략하더라도 나토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몰도바 정부 관계자는 이코노미스트의 인터뷰에서 “지난여름 러시아로부터 성급히 행동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다. 우리가 군사적 동맹 가입을 타진하는 순간 폭격이 시작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산두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한주 뒤인 3월 8일 EU 가입을 신청했다. 그러나 몰도바의 EU 가입은 수년이 걸릴 전망이다.
산두 대통령은 “EU가 보낸 366개의 질문지에 대한 답변을 보냈지만 곧 2000여개의 답변이 돌아왔다”며 “우리 정부가 그 일을 그럭저럭 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EU는 여전히 우리에게 안전과 민주주의를 제공해줄 수 있는 공간”이라며 EU 가입 의사를 재차 밝혔다.
서민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