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가주 LA 대형 산불 피해 지역들인 알타디나(Altadena)와 퍼시픽 팰리세이즈(Pacific Palisades) 등에서 매물로 나온 빈터(Vacant lot)가 급증하고 있다.
주민들이 주택 재건 비용과 보험료 등으로 금융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 되자 투자자들이 이 틈을 타 공격적인 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중개 온라인 플랫폼 레드핀(Redfin)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2025년) 3분기 기준 알타디나와 팰리세이즈 지역에서 거래된 빈터 5곳 중 2곳은 주민들이 아닌 투자자들이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산불 발생 1년이 지난 시점에서 피해를 입은 주택의 재건 여부를 고민하던 주민들이 경제적인 불확실성을 이기지 못하고 매각을 선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레드핀은 이번에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서 알타디나(우편번호 91001) 지역에서 판매된 61개 필지 중 44.3%(27개)를 투자자가 매입했다고 밝혔다.
말리부(90265) 지역 역시 투자자 매입 비중이 44.2%에 달해 그 전년도 2024년 21.4% 대비 두 배 이상 폭증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시장에 나온 매물 수의 변화다.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경우는 빈터 매물이 1년 전 단 7건에서 최근 309건으로 44배 이상 늘어났다.
알타디나 또한 2건에서 225건으로, 말리부는 125건에서 214건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레드핀의 실바 카얄리안(Sylva Khayalian) 에이전트는 투자자들이 집을 새로 지어 되팔 경우 큰 수익을 남길 수 있다는 계산으로 '헐값(lowball offers)'을 제시하며 접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산불 피해 지역 주민들이 애지중지하던 땅을 내놓는 이유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금융 비용 때문이다.
이튼 산불(Eaton Fire) 생존자 네트워크의 조이 첸(Joy Chen) 대표는 피해를 입은 주민들 10명 중 8명이 여전히 임시 거처를 전전하고 있으며, 이제 멀지 않은 시기에 주거 지원금마저도 바닥날 처지라고 전했다.
여기에 화재 보험료가 산불 이전보다 35~50%가량 폭등하면서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유지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가구가 늘고 있다.
알타디나의 한 주민은 투자자들로부터 하루에도 수차례씩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땅을 팔라는 전화를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시세의 절반 수준인 달러당 50센트를 부르는 투자자들의 제안이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포식자처럼 느껴져 상당히 불쾌한 감정이 든다고 이 알타디나 주민은 솔직한 심경을 토로했다.
실제로 알타디나 지역의 빈터는 현재 50만~60만 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산불 이전 주택이 있던 시절 가치(약 100만 달러 이상)와 비교하면 반토막으로 떨어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금전적 문제 외에 까다로운 행정 절차도 주민들을 지치게 하고 있다.
컴퍼스(Compass) 부동산에 소속된 밴스 와이스브루크(Vance Weisbruch) 에이전트는 설계 검토와 구조 엔지니어 승인, 카운티의 행정 처리 등에만 최소한 수개월이 소요될 정도로 일 처리가 더디게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실제 착공까지는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같은 엄청난 재건 비용과 계속 늘어지는 시간, 그리고 치솟는 보험료를 감당하지 못한 주민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투자자에게 땅을 넘기고 지역을 떠나는 '강제 이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조이 첸 이튼 산불 생존자 네트워크 대표는 사람들이 알타디나를 떠나고 싶어 파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압박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오랫동안 형성돼 유지되고 있된 지역 공동체가 자본의 논리에 의해 해체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