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야욕으로 시작된 전쟁으로 흑해에서 발견되는 돌고래 사체가 급증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터키 해양연구재단은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터키 흑해 연안에서 돌고래 80마리 이상이 죽은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연구재단은 “비정상적인 증가”라고 현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연구재단은 돌고래 절반 정도가 어망에 얽혀 죽은 사실을 밝혔지만, 나머지 사망 원인은 특정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나친 소음 공해로 인한 ‘청각적 외상’을 사망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군 함대는 먼 거리에서 적의 잠수함을 탐지하기 위해 음파 탐지기에 의존한다. 돌고래 역시 의사소통 및 기타 기능을 소리에 의존하고 있어 함대의 수중 소음이 돌고래에게 치명적이라는 분석이다.
연구원들은 “약 20척의 러시아 해군 함정과 계속되는 군사 활동으로 북흑해에서 고조된 소음 공해가 돌고래들을 터키와 불가리아 해안으로 몰고 갔다”며 “그곳에서 돌고래들은 좌초하거나 어망에 비정상적으로 많이 잡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바이람 오즈투르크 터키 해양연구재단 대표는 돌고래 사망 급증의 원인으로 청각적 외상을 단정 짓지 않았다.
오즈투르크 대표는 “이제껏 많은 배와 오랜 시간으로 인해 이렇게 많은 소음을 유발한 상황을 본 적이 없다”며 “저주파 음파 탐지기가 무엇을 일으킬 수 있는지에 대한 증거가 없으며, 과학은 항상 증거를 요구한다”고 선을 그었다.
파델 골딘 우크라이나 국립과학아카데미 연구원은 소음이 직접적인 원인은 될 수 없지만, 돌고래들을 사망에 이르게 할 만큼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골딘 연구원은 “돌고래가 수중 소음을 피해 낯선 지역으로 향하는 등 (소음이) 동물들을 교란하고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중 소음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돌고래만이 아니다. 수많은 바다거북과 흑해 철새들도 위협에 노출돼 있다.
전문가들은 전쟁 기간 동물 보호를 위한 규정이 없어 관련 조사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오즈투르크 대표는 “흑해에 있는 수십 척의 함대들이 음파 탐지기를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지 알 수 없다”며 “가장 위험에 처한 동물을 파악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찬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