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동맹국들에게 가장 큰 도전자는 여전히 중국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진행된 연설에서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법과 원칙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았음에도 이를 훼손하고 있다면서 전략적 환경을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이날 연설은 바이든 정부 출범 16개월 만에 나온 대중국 전략의 종합판 성격이다.
미국은 대중국 전략의 핵심으로 미국의 자체 경쟁력 강화, 동맹 규합을 통한 협공, 중국과의 경쟁을 제시했다.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따라야 하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따를 수밖에 없도록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 정부가 바뀌기를 믿을 수는 없다”며 “그러므로 우리는 중국 주변으로 전략적인 환경을 조성해서 개방적이고 포괄적인 국제 시스템에 대한 비전을 발전 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는 충돌이나 신냉전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이 둘 모두를 피하려고 마음먹었다”며 “우리는 주요 강대국으로서 중국의 역할을 봉쇄하거나 중단시키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중국을 국제 질서를 재편하려는 의도가 있고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경제적·외교적·군사적·기술적 힘을 가진 유일한 나라라고 평가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의 변화는 국제 질서가 제공한 안정성과 기회에 의해 가능했다”며 “논쟁할 여지 없이 지구상 어떤 나라도 이로부터 중국보다 많은 혜택을 누리진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은 2001년 미국의 지원을 받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다. 이후 무역과 투자를 개방하며 세계 강대국으로 떠올랐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전략을 투자·제휴·경쟁이라는 세 단어로 요약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이 향후 10년이 결정적인 기간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우선 미국 내부의 힘을 위한 기본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작년 12월 통과된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초당적 인프라 법안’이 대표적이다. 이는 향후 8년에 걸쳐 도로와 교량 등 미국의 전반적인 인프라 개선을 목표로 한다.
또한 “동맹과 파트너라는 네트워크를 갖고 노력을 일치시킬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동맹 강화 노력을 상세히 설명했다. 특히 “이익을 지키고 미래 비전을 만들기 위해 중국과 경쟁할 것”이라며 인권, 기술, 무역 등 규칙에 기반을 두는 국제질서에 반하는 중국의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양국의 이익이 겹치는 분야에서는 협력하겠다고 공언했다. 블링컨 장관은 비확산을 협력 분야로 제시하면서 “미·중은 이란과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 우리는 핵보유국으로서 중국과 각자 의무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며 북핵 문제에서 중국의 협력을 주문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이 제기한 도전의 규모와 범위는 이전에 우리가 본 적이 없는 미국의 외교를 시험할 것”이라며 여러 이슈와 지역에 걸쳐 정책을 조정하고 이행할 ‘차이나 하우스’를 국무부에 설치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