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금수 조치에 발목이 잡힌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로 에너지 가격이 두 달 연속 40% 가까이 치솟자 오히려 수익을 올리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6개국에 대한 가스 수출을 중단했다.
1일(현지시간)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가스 기업 ‘가스프롬’은 덴마크 에너지 회사 ‘오스테드’와 다국적 에너지 기업 ‘셸 에너지 유럽’과의 계약을 중단했다. 이들은 모두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로 가스 대금 결제를 거부한 회사다.
유럽연합(EU) 통계기구 유로스타트가 이날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에너지 가격 상승 폭은 이달 39.2%에 달했다.
가스프롬에 따르면 러시아의 가스 수출 물량은 전년 동기에 비해 28% 감소했다. 이는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의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두 달간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화석연료 수입액은 470억 달러(58조7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배에 달한다.
서방의 대러 제재로 러시아가 가스 수출을 중단한 유럽 국가는 우크라이나, 덴마크, 폴란드, 불가리아, 핀란드, 네덜란드 등 6개국이다.
러시아가 수익을 올리는 이유 중 하나는 가스 수출이 예상보다 크게 줄지 않아서다. 지난 3월 러시아는 공개적으로 유럽에 가스 결제 대금을 루블화로 지급하지 않으면 가스 공급을 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뒤에서는 우회 방법을 제시했다. 가스프롬의 자회사 가스프롬뱅크에서 계좌를 만들고 달러나 유로화를 입금하면 가스프롬뱅크가 루블화로 환전해 모회사에 이체할 수 있도록 했다.
EU 관료들은 이러한 방법이 대러 제재 위반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탈리아 최대 에너지업체 에니(Eni) 등 유럽 주요 가스 회사들이 이 같은 결제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 난처한 입장이다.
다만 러시아의 가스 수익이 지금과 같은 상황을 유지하긴 어려울 전망이 나온다. EU는 러시아산 가스 소비를 66% 줄이는 등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