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만과 별도의 경제 협력에 나서기로 하면서 중국과의 갈등이 더 깊어지는 모습이다.
그동안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우려해서 인도 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 IPEF에서 대만을 제외했지만, 사실상 IPEF에 준하는 美-대만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을 굳힌 것이다.
중국은 무력시위의 수위를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해 대만을 둘러싼 美中 간 갈등은 더 첨예해질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세라 비앙키 美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와 덩전중 대만 경제무역협상판공실 대표가 미국재대협회(AIT)와 주미대만경제문화대표부(TECRO)가 화상 회담을 가진 이후에 21세기 무역에 관한 미국-대만 이니셔티브를 출범시키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21세기 무역에 관한 미국-대만 이니셔티브(US-Taiwan Initiative on 21st Century Trade)는 미국과 대만의 경제 협력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목적으로 출범하는 것이다.
미국의 한 고위 당국자는 양국이 앞으로 몇 주 이내로 이니셔티브의 로드맵을 만들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일 것이라며 새로운 무역 협상을 시작하게될 것이라고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설명했다.
이처럼 미국이 대만과 경제 협력에 나서는 것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깊은 관련이 있다.
미국은 최근 인도·태평양 13개국이 참여하는 IPEF를 출범시켰는데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주요국들이 대거 참여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국들을 묶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이다.
당초 대만은 IPEF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지만 중국의 반발이 클 것을 우려해 미국이 대만과 별도의 채널인 이니셔티브를 통해 경제협력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미국-대만 이니셔티브 첫 회의를 6월 말 워싱턴 DC에서 열기로 했다고 전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대만과 미국의 경제 무역관계에서 이번 이니셔티브가 중요한 진전이 될 것이라며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또 이니셔티브 개시 이후 대만과 미국이 본격적인 경제 관련 협상을 시작할 것이고, 목표는 양측이 높은 수준의 경제적 의의가 있는 무역협정을 이뤄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대만의 최종 목표는 양국 사이에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것이고 그 단계까지 가기 위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가 담긴 이니셔티브 출범이다.
미국과 대만이 새 이니셔티브를 통해 논의할 사항은 디지털 무역 표준, 노동자 인권, 환경 보호 기준, 비시장 접근 관행 철폐 등이다.
미국과 대만의 이니셔티브 출범에서 다뤄질 중요한 내용들이 IPEF에 제시된 의제와 거의 같다는 것도 이니셔티브 목적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美-대만 두 나라가 실질적으로는 IPEF에 준하는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의미인데 새 이니셔티브는 IPEF와 같이 관세 논의 등은 포함하지 않아 의회 승인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대만은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입장에서 경제안보 측면에서 모두 중요한 나라다.
특히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TSMC를 가진 반도체 최강국 중 하나가 대만이라는 점도 미국에는 대단한 이점이 된다.
미국이 핵심 물자의 공급망을 구축하는데 대만의 중요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이다.
안보 측면에서도 미국과 대만은 최근 긴밀한 협력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로이드 오스틴 美 국방장관은 지난 1일(수)자 일본 닛케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역대 다른 정권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위협 정도에 비례해 대만이 충분한 자위력을 유지토록 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을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방위 물자와 방위 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로이드 오스틴 美 국방방관은 닛케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에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은 미-대만 이니셔티브 출범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 미·중 관계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 연방의원들의 대만 방문이나, 무역 대화도 사실상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만과의 주권적 의미와 공식적 성격의 협정 체결을 중단하라며 대만 독립 세력에게 어떠한 잘못된 신호를 보내면 안된다고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에 대해 지적했다.
또 중국 인민해방군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서 자주 무력 시위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지난 1일(수) 외부 세력의 간섭과 대만 독립 세력의 분열 모략을 강력하게 좌절시킬 것이라고 경고를 했다.
중국 군사전문가 쑹중핑은 글로벌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대만의 공식 교류가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다며 미국과 대만의 결탁이 갈수록 심화해 언젠가 마지노선을 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군사적 충돌이 실질적 가능성의 영역으로 들어왔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