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am News

“美 경제 변했는데… 금융위기 때 처방 들이대다 최악 인플레”


미국 증시 폭락과 경제 불황을 몰고 온 최악의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미국 정부 당국이 철 지난 십수년 전 금융위기 시절의 처방만 들이대다 경제위기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제 상황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는데도 미 당국이 2007∼2009년 금융위기 당시의 제로 금리와 확장 재정에 매달려 약 40년 만의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분석의 배경으로는 금융위기 이후 계속된 ‘장기침체’의 경험이 깔려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금융위기 이후 미 당국은 장기침체를 예방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돈 풀기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연준은 초저금리를 유지하며 시장에 돈을 풀었지만 경기는 쉽게 회복하지 못했고, 실업률을 회복하는 데 6년이란 시간이 소요됐다.

문제는 당시의 경험을 코로나19 시기에 그대로 적용했다가 처참한 인플레이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는 것이다. 팬데믹 이후 경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화했는데 미 당국은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실제로 팬데믹 초기 14.7%에 달했던 실업률은 1년도 안 돼 6.7%까지 떨어졌다.

게다가 금융위기 때는 예상하지 못했던 ‘공급 차질’ 문제와 함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 ‘제로 코로나’ 정책과 주요 항구 봉쇄 등의 변수가 떠오르면서 인플레이션은 가속화됐다. 돌발 변수가 떠오르자 놀란 연준은 부랴부랴 대응책을 제시했지만 이미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른 상황이었다.

미 당국의 상황 오판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당시 연준이나 대부분 민간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 조만간 수그러들 것으로 예상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이달 초 언론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고 예상한 데 대해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될 것인지 당시 판단이 틀렸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랜들 퀄스 전 연준 부의장은 지난해 9월 이후 통화완화 정책을 공격적으로 철회하기 시작해야 했다고 자성했다.

연준의 때늦은 대응도 비난을 받고 있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제롬 파월 현 의장이 이끄는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을 정면 비판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문제는 연준의 대응이 왜 늦었느냐는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것은 실수였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때보다 강력한 역대급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출구전략을 마련하지 못해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