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고강도 봉쇄 조치로 인한 경기 침체 상황에서도 정책 금리를 동결했다. 돈을 풀어 경제를 활성화해야 하는 필요성과 미국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 사이에서 일단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5일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기존 2.85%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MLF는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로 인민은행은 이를 통해 유동성과 금리를 조정한다. MLF 대출 금리는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에도 영향을 준다. 인민은행은 18개 시중은행이 보고한 최우량 고객 대출금리의 평균치인 LPR을 매달 20일 고시해 전 금융기관이 대출 업무의 기준으로 삼도록 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인민은행의 MLF 금리 동결 가능성을 높게 봤다. 일각에서 중국 당국이 MLF 금리를 소폭 내려 오는 20일 LPR 인하를 유도할 것으로 봤지만 이러한 예측은 일단 빗나갔다. 인민은행은 상하이 봉쇄 충격이 고스란히 반영된 4월 경제 지표가 발표된 지난달에도 시장의 예상과 달리 1년 만기 LPR을 동결하고 주택담보대출과 연동된 5년 만기 LPR만 0.15% 포인트 내렸다.
중국 정부는 경기 회복을 위해 재정 조기 집행, 인프라 투자 확대, 소비 지원 등의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통화 정책은 빅적 방어적으로 펴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고려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한 상황에서 중국이 반대로 금리를 내릴 경우 자본 대량 유출, 위안화 가치 하락 등의 혼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이 줄줄이 금리를 올려 돈줄을 죄고 있는 것과 달리 지난 1월 두 달 연속 LPR을 하향 조정하는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다.
다만 중국 당국이 하반기에 한 차례 정도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국 관영 증권일보는 전날 “당국이 여러 차례 기업의 금융 비용을 낮춰주겠다고 강조한 상황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하반기에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도시 봉쇄 여파로 5월 경제 지표 역시 부진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이날 5월 소매판매가 전년 대비 6.7%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4월(-11.1%) 보다는 감소폭이 줄었지만 회복세가 뚜렷하지는 않았다. 5월 산업생산은 전년보다 0.7% 증가했고, 고정자산투자도 1~5월 지난해 대비 6.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 실업률은 5.9%로 정부 목표치(5.5%)보다 조금 높았다.
국가통계국은 “전반적으로 중국 경제가 악재를 딛고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제 환경은 여전히 복잡하고 대외 불확실성이 크다”며 “전염병 예방과 경제 발전을 효율적으로 총괄하고 거시정책 조정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를 인용해 “경기 회복을 위한 중앙과 지방 정부의 노력이 가속화되면 2분기 5%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