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마지막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TV카메라 앞에서 공개 설전을 벌였다. 앞서 두 정상이 나눴던 대화가 캐나다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걸 두고 시 주석이 “이건 적절하지 않다”고 하자, 트뤼도 총리가 “캐나다는 공개 대화를 지지한다”고 맞받아친 것이다.
CNN은 1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마지막날 연회에서 두 정상이 짧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내보내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 영상에서 시 주석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면서도 트뤼도 총리에게 자신의 불만을 유감없이 터뜨렸다. 그는 먼저 손짓으로 잠시 얘기하자는 듯 트뤼도 총리를 부른 뒤 “우리가 나눈 대화가 신문에 다 나왔다. 이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대화가 그렇게 진행된 게 아니다. 성과 있는 논의를 위해서는 진정성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또 “그렇지 않으면 결과를 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시 주석의 말이 중국측 통역가를 통해 영어로 번역되기도 전에 트뤼도 총리는 굳은 표정으로 “캐나다는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솔직한 대화를 믿는다”고 정면으로 맞섰다. 아울러 “우리는 계속해서 건설적으로 대화를 이어가겠지만, 양국이 동의하지 않는 부분들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트뤼도 총리의 얼굴은 형식적 미소를 띈 시 주석과는 달리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고 CNN은 전했다.
이에 시 주석은 “그런 조건을 먼저 만들자”고 말한 뒤 트뤼도 총리와 짧게 악수한 뒤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캐나다 언론들은 전날 두 정상이 예정에 없던 비공식 회담을 갖고 나눈 대화를 캐나다 총리실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된 내용은 트뤼도 총리가 시 주석에게 중국의 캐나다 선거 개입 문제를 제기했다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 마오닝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양국 정상이 G20정상회의 기간 짧은 대화를 한 것은 매우 정상적”이라며 “시진핑 주석이 누군가를 비판하거나 책망한 것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캐나다 글로벌뉴스는 트뤼도 총리가 캐나다 정보국으로부터 중국이 2019년 캐나다 총선에 출마한 정치인 11명에게 은밀하게 자금을 지원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지난 7일 전했다. 당시 트뤼도 총리는 “불행하게도 우리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공격하려는 곳이 있음을 알게 됐다”고 중국을 비판한 바 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