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엑손모빌 등 대형 정유사 7곳에 편지를 보내 공급을 늘리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라고 압박했다.
15일(현지시간) AP통신,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전쟁으로 휘발유 가격이 1갤런당 1.7달러 오른 상황에서 정유사들의 기록적인 고수익이 (시민들의) 고통을 악화하고 있다”며 “휘발유와 경유, 다른 정유 제품의 생산과 공급을 늘리기 위한 즉각적 조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전날 정유사에 보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 3월과 현재 원유 가격이 배럴당 120달러 수준으로 비슷하지만, 국내 휘발유 가격만 올랐다는 점을 지적했다. 당시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4.25달러였는데 현재는 5달러를 넘어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의 침략 전쟁으로 세계 석유 공급이 줄었다”며 “푸틴은 미국 국민과 가정이 겪고 있는 극심한 재정적 고통에 주로 책임이 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상 최고 수준의 정유사 이윤이 고통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 서한은 엑손모빌, 셸, BP, 셰브런, 필립스66, 마라톤 페트롤리엄, 발레로 에너지 등에 전달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들 정유사에 2020년 이후 정제 능력 감소 여부를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에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또 그랜홈 장관에 이들 업체와 긴급회의를 소집하라고도 지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가 안정을 위해 전략비축유를 방출한 사실을 설명하며 “정부는 전국 어디에서나 적절한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제 능력을 높이기 위해 합리적이고 적절한 연방정부 수단 및 비상 권한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정유사가 생산량을 늘리지 않으면 조처를 할 수 있다고 압박한 것이다. 또 “정유사는 위기를 해결하고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기 위해 행정부와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랜홈 장관도 이와 관련 “정유업체가 막대한 이익을 보고 있는 이유를 듣고 싶다”며 “국방물자생산법 사용이 논의되고 있고, 의회 차원의 다양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 정유업체들은 그러나 현재 정체시설 가동률이 상한선인 94%에 달해 바이든 대통령 요구를 맞춰줄 옵션이 없다는 입장이다.
셸은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옵션을 찾고 있지만, 이미 휘발유 등을 정량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셰브런도 “정유 공장이 완전히 고갈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