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 두바이가 러시아 부호들의 새로운 도피처로 떠오르고 있다. ‘두바이스크’(Dubaisk)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이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면서 러시아 부호들이 두바이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월 1일부터 2월 24일까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이륙한 개인 항공기는 주로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밀라노, 스위스 제네바로 향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2월 24일 이후 항공기는 중앙아시아와 중동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유럽이 러시아 항공기에 대한 영공을 폐쇄했기 때문이다.
NYT가 분석한 약 2000편의 항공편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4월 22일부터 5월 8일까지 모스크바에서 출발한 개인 항공기의 항로 중심에는 ‘두바이’가 있었다.
더타임스가 민간 항공추적 사이트 ‘레이더박스’의 기록을 분석한 결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이전에는 러시아에서 출발하는 개인 항공기 중 3%만이 두바이로 향했다. 그러나 침공이 시작된 지 몇 주 만에 이 수치는 6%로 증가했으며, 5월에는 14%를 기록했다.
언론인이나 시민 활동가 기술직 종사자들은 러시아인이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비교적 저렴한 국가인 아르메니아·조지아·터키로 향했으며 재계 거물과 유명인 등을 포함한 러시아 부호들은 두바이를 주요 목적지로 삼았다고 NYT는 전했다.
러시아 개인에 대한 제재가 시작된 지 하루 만인 지난 3월 4일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첼시를 소유했던 러시아 부호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개인 비행기 또한 두바이로 향했다. 대표적인 친정부 성향 언론인 드미트리 키셀료프도 지난 5월 러시아 황금연휴 동안 두바이를 찾았다. 그는 현재 러시아 국영 방송에서 선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몇 년 전에 두바이로 이주한 러시아 출신 기자 다리아 폴리예바는 NYT에 “사람들은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두바이는 사업을 이전할 수 있으며 여전히 국제 기업의 시장이 있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