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중국 주재 대사가 22일 베이징 한국대사관에서 이임식을 갖고 3년2개월의 임기를 마쳤다. 대사관 측은 일찌감치 이임식을 직원들만 참석하는 내부 행사로 치르겠다고 공지했다. 내부 행사라는 이유로 장 대사의 인사말이나 현장 사진도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
이임식에 참석한 사람들에 따르면 장 대사는 따로 준비한 원고 없이 그간의 소회를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2019년 4월 처음 베이징에 부임했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대중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같이 일한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고 한다.
장 대사는 역대 최장 기록을 세운 김하중 전 주중 대사(6년5개월) 다음으로 재임 기간이 길었다. 하지만 이 기간 장 대사가 대중 외교의 최일선에서 분주하게 뛰었느냐고 묻는다면 아쉽게도 대답은 ‘노’다. 재임 기간 3분의 2가량이 코로나19 시기와 겹쳐 활동에 제약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부임 때 약속한 양국 고위급 간 활발한 소통, 경제·통상·미세먼지 등 각 분야의 실질적 협력 강화,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 중 크게 진전된 것을 찾기 어렵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문제는 3년 내내 “긴밀히 소통 중”이라고만 하다가 끝났다. ‘친중’ ‘대중 저자세 외교’라는 비판을 감내하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겠다고 한 정부의 대사였기에 아쉬움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중국에 나와 있는 한국 기업, 교민들과의 소통이 활발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사실 플래카드 걸고 이임사 낭독하고 꽃다발 건네는 식의 시끌벅적한 이임 행사는 안 한 지 오래됐다. 그런데도 장 대사의 조용한 퇴장이 유독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건 그가 교민사회에서 ‘얼굴 보기 힘든 대사’로 워낙 유명했기 때문이다. 장 대사의 언론 기피는 베이징에 나와 있는 기자들이라면 한 번쯤 공감했을 대목이다. 장 대사는 이날 한국 특파원단에 “한 중 우호 관계 증진에 일조할 수 있었던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을 의미 있게 생각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곧 베이징에 부임할 정재호 신임 주중 대사는 대통령과 가깝고 중국을 잘 아는 인사라는 점에서 기대를 받고 있다. 동시에 학자 출신 대사들이 종종 그랬듯 담론만 내세우거나 친화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 대사가 물러날 즈음엔 최소한 작별 인사는 홀가분하게 하고 떠날 수 있는 상황이 되길 기대한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