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 국가들의 감산 결정으로 촉발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관계가 더욱 냉랭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은 기업들에 사우디에서의 사업 확장 자제를 권고하는 방안 검토에 나섰다. 사우디는 자국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구금한 미국인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NBC 방송은 1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의 안보 이익을 지키면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안 중 하나로 사업 확장 자제 권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현직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전·현직 정부 관계자들은 “이란에 대응해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를 단결시키는 중동 지역에서의 전략 목표를 약화하지 않으면서 사우디의 최근 행동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검토되는 옵션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는 불편한 관계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관련 행사인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 콘퍼런스’에 미국 정부 대표를 보내지 않기로 했다. 이 행사는 ‘사막의 다보스 포럼’으로 불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상무부 장관을 보냈고,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상무부 부장관을 보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그와 관련해 발표할 사항은 없다”면서도 “미국 기업은 법적 제약이나 사업 환경, 상대국의 정책 선택이 초래하는 평판에 대한 우려 등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투자 결정 등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도 지난 3일 트위터에 자국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기소한 사우디계 미국 시민권자 사드 이브라힘 알마디(72)에게 징역 16년 형을 선고하고 이후 16년 동안에도 해외여행을 금지했다. 사우디 정부는 알마디가 테러리스트 사상을 가지고 자국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테러를 지원하며 자금을 댔다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은 “미 동맹이 미국 시민을 억류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이후 틀어진 양국 관계는 지난 7월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에도 해결되지 못했다. 최근 사우디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으로 이뤄진 OPEC 플러스(OPEC+) 감산 결정을 주도하면서 더욱 냉랭해졌다. 백악관은 이를 근시안적 결정이라고 비판했으며 바이든 대통령은 전통적 우방국인 사우디와의 관계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미 의회에서는 무기 판매 중단 등 사우디에 대한 안보 지원 약속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