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에 관한 헌법상 권리를 인정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데 대해 미 의회가 분노하고 있다.특히 상원 인준 과정에서 기존 판결을 존중하겠다는 대법관 지명자들에게 ‘속아’ 이들에게 찬성표를 던졌던 중도 성향 의원들은 배신감마저 토로한다.25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명한 브렛 캐버노 대법관 후보자는 인준안 통과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2018년 8월 21일 공화당 수전 콜린스(메인) 상원의원을 찾아가 2시간 동안 면담했다.중도파인 콜린스 의원의 찬성표가 절실했던 캐버노 당시 후보자는 ‘어떻게 당신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지 않을 것이라고 믿을 수 있겠느냐’는 압박성 질문에 자신은 결코 이 판결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콜린스 의원을 안심시키는 데 주력했다고 한다.이 자리에서 캐버노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은 45년이나 된 것으로 여러 번 재확인됐고, 많은 사람이 매우 아끼는 결정”이라면서 “나는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법관이 아니다. 나는 안정을 중시한다”고 강조했다.마음을 돌린 콜린스 의원은 몇 주 뒤 캐버노의 약속을 언급하면서 그를 공개 지지, 인준안 통과에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그랬던 캐버노 대법관이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에 앞장선 데 대해 콜린스 의원은 NYT 인터뷰에서 “난 속은 기분”이라며 캐버노가 인준 직전에 한 발언과 전날 결정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지적했다.콜린스 의원은 “이번 대법원 결정은 이 나라에 정치적 혼돈과 분노, 정부에 대한 추가적 신뢰 약화를 불러올 수 있는 충격적인 일”이라고 말했다.민주당에서 유일하게 캐버노 인준에 찬성했던 중도파 조 맨친(웨스트버지니아) 상원의원도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그는 캐버노에 앞서 2017년 인준 과정에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유지할 것처럼 발언했던 닐 고서치 대법관에 대해서도 배신감을 숨기지 않았다.맨친 의원은 “난 고서치 대법관과 캐버노 대법관이 (상원에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확립된 법적 판례라고 믿는다고 증언했을 때 그들을 믿었다”면서 “그들이 지난 두 세대의 미국인들에게 안정을 제공한 판결을 거부하기로 선택한 것이 놀랍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