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오프라인 사역이 재개되는 가운데 사이비·이단 종교단체들도 홍보 활동을 벌이며 사람들을 미혹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이들은 주요 일간지 광고를 활용하기도 하고 자신들의 이단 교리를 감춘 채 이미지 개선에 나서고 있다.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교주 이만희)은 코로나 전국 확산의 원인을 제공해 사회적 지탄을 받았던 만큼 이미지 개선에 가장 적극적이다. 최근엔 신천지 활동을 하다 가족과 갈등을 겪던 한 신도가 남편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오히려 신천지가 피해자라며 한국교회 등에 책임을 돌렸다. 신천지는 지난 27일 주요 일간지 광고면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게재하고 기독 언론을 규탄했다. 또 기독교 이단 상담소들이 오히려 신천지 신도들을 강제 개종시키려 한다며 근거 없는 논리도 펼쳤다.
신천지 피해자 모임인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전피연·대표 신강식)는 같은 날 성명을 내고 “가족 살인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신천지는 자숙하지 못하고 오히려 이단 상담소 목사 때문이라는 궤변을 하고 있다”며 규탄했다. 또 광고 게재에 대해 “신천지의 거짓 주장을 실어준 언론사는 피해자 가족들과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는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난 후 이뤄지는 선택의 자유를 말하는 것”이라며 “위장과 모략, 거짓말로 접근해 종교를 선택하게 한 신천지야말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강제개종 행위자”라고 말했다.
신천지는 이처럼 앞에서는 종교 피해자를 자처하면서도 뒤로는 다음세대를 상대로 위장 행사를 개최하는 등 모략 포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천지 관계기관으로 알려진 IWPG(세계여성평화그룹·대표 윤현숙)는 6월 한 달간 전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평화사랑 그림 그리기’ 대회를 열며 미혹했다. 겉으로는 청소년·여성 인권 보호와 세계 평화를 내세우지만, 사실은 신천지의 이미지 개선을 꾀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 활동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탁 교수는 “이들이 내세우는 활동 중 평화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움직임은 찾아볼 수 없다”며 “한반도의 분단 상황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을 악용해 스스로 평화운동을 벌이는 단체라 홍보하며 신도들을 통제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기쁜소식선교회 관계 기관인 국제청소년연합(IYF)은 다음 달 3일부터 9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다음세대를 상대로 대규모 오프라인 집회인 ‘IYF월드캠프’를 연다. IYF는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와 배우 이순재 등을 강사로 초청했다며, 전 세계 50여개국 청소년과 교류할 기회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집회에선 ‘마인드 교육’ 강연이 매일 두 차례씩 예정돼 있어 그 목적이 교리 전파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대표회장 진용식 목사는 “처음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기 계발 세미나’ 등을 내세워 참석을 유도하지만, 결국 교리 전파를 위한 성경공부와 연결 짓는다”며 “예배 등 기성교회의 형식을 모두 비판하며 규제와 규율에서 벗어난 듯한 해방감을 주지만, 결국엔 더 큰 규제를 가하고 과도한 헌금을 요구하는 만큼 아예 참석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단들의 갖가지 미혹에 맞서기 위해서는 지역교회가 연합해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공동 대처할 필요가 있다. 부산성시화운동본부 이단상담소장이기도 한 탁 교수는 “부산성시화운동본부 차원에서 대학 캠퍼스와 지역교회를 연결해 이단에 관한 공신력 있는 정보와 관련 활동을 수시로 공유하고 있다”며 “각 교회 주보와 SNS 등을 통해 알리는 등 성도들과 다음세대들이 이단에 미혹되지 않도록 신속하게 대처하려 한다”고 밝혔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