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페도토프(25)는 지난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조국 러시아에 아이스하키 은메달을 안긴 스포츠 선수다. 그런 그는 최근 훈련 도중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들에게 돌연 체포됐다. 팀도 동료선수도, 심지어 페도토프 자신도 체포된 이유를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는 지난 5월 미국 프로아이스하키리그(NHL) 소속 필라델피아 플라이어스팀과 계약해 조만간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었다. FSB는 페도토프가 최근 러시아 전역에 내려진 징집령을 회피한 혐의로 구금됐다고 가족들에게 통보했다. 현재 징집돼 해군기지에 있다고 알렸다고 한다.
러시아 야당은 페도토프 구금의 진짜 이유는 러시아가 아닌 적국 미국의 프로팀에 입단하려 했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러시아 양자물리학 권위자인 드미트리 콜케르(54) 박사도 페도토프처럼 어느날 갑자기 FSB에 의해 체포돼 모스크바로 이송돼 감옥에 투옥된 뒤 사망했다. 췌장암 투병 중이던 그는 양자물리학 원리를 레이저 치료에 활용하는 방법을 창안한 과학자로, FSB가 씌운 혐의는 중국을 위해 활동하며 반역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실은 콜케르 박사가 최근 지식인 다수가 참여한 학문의 자유와 언론·발언의 자유 옹호 연판장에 서명한 게 문제였다.
러시아 최고 경제학자이자 국영 가스회사인 가즈프롬 경영진으로 재직 중인 블라디미르 마우(62) 전 러시아국민경제국가행정아카데미 총장도 쥐도 새도 모르게 체포됐다. 단 한 번도 반 푸틴 공개 발언을 한 적이 없던 그였지만, 러시아의 미래가 서방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라는 확신을 지닌 게 문제가 됐다고 전해진다. 혐의는 사기죄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수많은 러시아 지식인과 유명 인사들이 사소하고도 일상적인 정부 비판 발언 한마디로 체포·구금되는 사례가 속출한다”면서 “나치시대 유대인 검거 선풍 같은 광기가 러시아 사회를 지배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언론인 마리아 포노마렌코는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한 극장에 대한 폭격에 관한 게시물을 SNS에 올렸다가 체포돼 정신병원에 보내진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군대에 관한 가짜 정보를 유포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앞둔 그는 유죄가 인정되면 최고 10년형을 받게 된다. NYT는 러시아 반체제 인사의 말을 인용 “정부의 가장 큰 적은 현실을 진단하는 지식과 정보를 가진 지식인들”이라고 전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