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am News

미 연방항소법원 “SNS 콘텐츠 검열·차단은 위헌”


미 연방항소법원이 페이스북·트위터·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 회사의 사용자 콘텐츠 검열 및 차단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SNS를 통한 가짜 뉴스와 극단주의 콘텐츠 확산 등 문제가 커지고 있지만, 기업이 이를 자의적으로 막는 건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게 항소법원 판단이다. SNS 기업의 검열 문제는 연방대법원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아 새로운 이념갈등 우려가 커졌다.

뉴올리언스에 있는 제5 연방 순회항소법원은 16일(현지시간) “우리는 기업이 수정헌법 1조의 권한에서 벗어나 사람들의 발언을 검열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번 결정은 텍사스주가 지난해 9월 “월간 이용자가 5000만 명 이상인 SNS는 주민들의 표현을 차단하거나 금지, 삭제, 제한, 차별해서는 안 된다”며 피해를 본 주민이 소송을 걸 수 있도록 한 ‘HB 20’ 법안을 제정하면서 시작됐다. 1심 지방법원은 지난해 12월 이 법이 위헌이라고 판단했지만, 제5 순회항소법원은 지난 5월 다시 판결을 뒤집고 이 법을 인정했다.

이에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유튜브 등이 소속된 소셜미디어 이익단체 넷초이스 등은 법 시행을 막아달라며 연방대법원에 긴급청원을 냈고, 연방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제5 순회항소법원이 이번에 재차 텍사스주 손을 들어준 것이다.

업체 측은 규제가 없으면 나치 지지자나 테러리스트, 적대국 정부와 같은 극단주의자들의 활동이 가능하고, 사용자 콘텐츠가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을 주도한 앤드루 올덤 판사는 기업 측 논리대로라면 이메일 제공 업체나 휴대전화 통신업체, 은행이 자신들에게 비우호적인 정당이나 후보자들에게 연락하거나 돈을 보내는 사용자들의 계정을 마음대로 차단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SNS 기업에 검열의 자유를 허락하는 건 다른 기업들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이는 SNS 기업들이 보수 성향 이용자들의 발언을 억압한다는 공화당 측 인식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트위터 등은 지난해 1월 6일 의회 폭동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계정을 영구 정지시켰는데, 일부 공화당 지지층 사이에서는 이후 빅테크 기업 검열 문제가 자신들에 대한 억압이라는 인식이 확산했다.

이번 판결은 인근 플로리다주 결정과 충돌한다. 플로리다주도 텍사스주와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제정했는데, 제11 순회항소법원은 올 초 이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현재 플로리다주는 해당 결정에 대해 아직 항소하지 않았다.

SNS 기업들의 콘텐츠 검열 문제는 새로운 보혁 갈등 소재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공화당 소속 연방 통신위원인 브렌던 카, 켄 팍스턴 텍사스주 법무장관 등은 “빅테크의 결제되지 않는 검열을 종식하기 위한 노력의 승리”라고 환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판결은 제11 순회항소법원 판결과 일부 충돌하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대법원에 문제를 심리하도록 청원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