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am News

기업 대표부터 목사님까지… 우크라 대표단과 구호·재건 논의


지난 7일 저녁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 모인 20여명의 사람들은 공통점을 찾기 어려웠다. 중견 건설사 대표, 종합상사 임원부터 사회적 약자를 돕는 NGO와 의료재단 관계자, 목회자까지 다양했다.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인 건 드미트리 포노미렌코 주한대사와 한국을 찾은 우크라이나의 세르기 타루타, 안드레이 니콜라이옌코 의원을 만나기 위해서다. 두 의원은 우크라이나 의회 대표단 자격으로 한국에 왔다.

이날 모임은 이양구 전 우크라이나 대사와 우크라이나 지원 공동대책위원회(JACU), 국제의료봉사 단체인 그린닥터스재단, 유라시아경제인협회 등이 마련했다.
이 전 대사는 “‘루가노 선언’ 등을 통해 재건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도울 방법부터 종전 후 재건까지 실질적인 대책을 이야기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8일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4∼5일 스위스 루가노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회의’에 외교부 2차관과 국토교통부 해외건설정책과장 등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파견해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대한 참여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당시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해 모인 전세계 40개국은 우크라이나 전후 경제 회복 지원 장기 방안을 담은 ‘루가노 선언’을 채택했다.
재건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의 재건사업 규모가 7천500억달러(약 97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이날 참석자들은 식사하며 우크라이나 의원과 대사에게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협력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니콜라이옌코 의원은 “끔찍한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전 세계가 전쟁의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며 “70여년전 유사한 경험을 했던 한반도는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선진국으로 성장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유와 독립, 민주주의를 위해 우크라이나를 도와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손가락 하나는 힘을 쓰기 어렵지만 손가락 다섯 개를 모으면 주먹이 돼 큰 힘을 낸다. 한국이 우리의 친구”라고 했다.


포노미렌코 주한 대사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함께 기도하며 힘 써주고 있는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이양구 전 우크라이나 대사의 엔진 덕에 이렇게 우리를 돕는 네트워크가 만들어졌다. 인도적 지원을 지속하는 프로보노 국제협력재단, JACU를 이끄는 김태양 목사와 김철영 목사, 우크라이나에 사업을 지속해 온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참석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타루타 의원은 지난 4일 한국에 들어온 뒤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건강에 이상이 생겨 참석하지 못했다.

실제 두 의원은 국회에서 태영호 국민의힘 국제위원장 등을 만나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5000만 달러(약 646억 5000만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추가 제공하기로 한 것 등을 두고 논의했다. 6일엔 원희룡 국토부 장관을 만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재건사업 협력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원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타루타 의원은 “한국정부와 기업들이 그간 전후 복구와 신도시 개발 경험을 살려 마리우폴 재건을 담당해줄 것”을 제안했다. 국토부도 이달 중 정부, 공기업, 업계가 참여하는 ‘우크라이나 재건협의체’ 구성을 약속했다.


이날은 건설사 대표와 NGO단체 의료재단 관계자 등을 만나 전쟁 상황에서의 긴급 지원과 전후 재건 등에 실질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알펜시아리조트 등을 건설한 KH건설 강정식 대표는 “재건 사업은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해야 할 일”이라며 “광범위한 계획보다 실질적인 도움 위한 계획을 미련할 필요가 있다”며 긍정적으로 말했다.

삼부토건 이응근 대표도 “한국전쟁 후 재건에 성공한 우리나라처럼 우크라이나도 재건에 성공할 힘이 있는 나라”라며 의지를 전했다.

삼부토건 인수를 추진 중인 디와이디의 정창래 대표도 이날 모임에 참석했다. 디와이디와 삼부토건은 최근 유라시아경제인협회와 우크라이나 전쟁 복구 재건 사업과 관련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포노미렌코 주한 대사는 참석자들에게 새로운 제안을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어떤 복구가 필요한지 직접 눈으로 보셨으면 한다. 다가오는 가을 한국기업 대표가 우리나라를 찾아 복구 현장을 보고 우리 쪽 파트너와 만날 수 있도록 계획 중”이라며 “건설 공학 IT 등 다양한 분야의 대표단 구성과 기획을 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두 의원은 8일엔 부산으로 내려가 10만 달러를 인도적으로 지원한 부산시에 감사의 뜻을 전했고 부산 온종합병원에서 초청 특강을 가졌다. 그린닥터스와 온그룹재단은 의료기기와 기부금을 전달했다.

글·사진=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