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선거 유세 도중 두 발의 총격을 받고 숨지자 당시 현장 경호가 미흡했다는 비판론이 일고 있다. 당시 현장 경비를 담당했던 총책임자는 경비에 문제가 있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NHK는 지난 8일 아베 전 총리의 유세 현장인 일본 나라현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 지역 앞 거리에서 경비 업무에 참여했던 복수의 경찰관이 “첫 번째 총성이 들린 뒤에야 수상한 사람을 처음으로 인식했다”고 진술했다고 10일 보도했다.
경호 부실 대응 논란은 전직 해상자위대 출신인 총격범 야마가미 데쓰야가 유세 중이던 아베 전 총리 등 뒤 7∼8m 떨어진 거리까지 걸어가 자신이 직접 만든 사제 총으로 두 발을 쏘는 동안 경호팀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해 불거졌다.
야마가미가 첫 발을 쏜 뒤 아베 전 총리는 놀란 듯 총소리가 나는 쪽으로 돌아봤는데, 약 3초 뒤 발사된 두 번째 총탄에 아베 전 총리는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당시 경찰관의 제지는 없었고 이후 야마가미는 총을 쏘았다. 경시청 간부는 “미심쩍은 물건을 소지한 인물을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시킨 (경비) 배치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첫 번째와 두 번째 발사 사이 3초간 경찰관들이 아무런 조치를 못한 것을 두고 경비에 구멍이 생겼다고 비판했다. 일본 경찰 특수급습부대(SAT)에 근무했던 한 경호 전문가는 “문제가 되는 것은 두 번째 총격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경호 대상자에게 문제가 발생하면 경호팀은 조속히 경호 대상자나, 위험 인물을 향해 조치해야 하는데 이 같은 대응이 없었다는 것이다.
아베 전 총리의 나라시 유세 경비 총책임자인 나라현 경찰본부 오니즈카 도모아키 본부장은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베 전 총리에 대한 경호, 경비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 “27년 경찰관 인생에서 가장 큰 회한이다. 매우 한스럽다. 책임의 무게를 통감하고 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일본 사회 내 총기 규제에 대한 논란도 거세다. 용의자 야마가미가 범행에 사용한 총기는 집에서 직접 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야마가미는 경찰에 “총기 제조법은 인터넷에서 검색했고, 부품과 화약도 온라인으로 주문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기는 가로 약 40㎝, 세로 약 20㎝의 크기로 제작됐다. 2개의 금속제 원통을 목제 판에 테이프로 묶어 고정한 형태로 한 번 발사로 1개 통에서 6개 탄환이 튀어나오는 구조였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