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은 크리스천이자 동성애 반대론자이다. 그런데 대규모 동성애페스티벌인 퀴어축제가 오는 16일 서울광장에서 개최될 수 있도록 서울시가 장소 사용에 동의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퀴어축제로 인해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반하는 동성애 문화가 확산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오 시장이 적극 해명에 나섰다.
“정치인 오세훈의 개인적인 입장은 동성애 반대라는 건 분명히 공개적으로 밝혔고요. 다만 서울시장으로서 공적인 업무 집행은 규정된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서, 열린광장시민위원회와 같은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서 결론을 내리는 게 맞는 거죠.”
오 시장은 지난 8일 서울 중구 시청 집무실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서울시가 집회하는 걸 승인할 권한은 전혀 없다”며 “누구라도 신고하면 쓸 수 있는 광장이다. 거기에 어떤 가치 판단도 들어가 있지 않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서울광장에서 퀴어축제가 열리는 것에 동의했다고 해서 동성애를 옹호하거나 인정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공익에 반할 수 있다거나 충돌이 있을 수 있죠. 상반되는 성격의 단체들이 같이 집회를 한다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할 수 있는 집회 신청인 경우에도 신고주의라고 다 내줄 수는 없습니다. 그럴 때 이해관계 조정을 위해서 만들어진 게 열린광장시민위원회이고 거기서 심의해 우선 순위와 날짜 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거예요.”
현재 열린광장시민위원회는 8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서울시 공무원 당연직 위원은 2명이고 나머지는 변호사, 교수, 건축가 등 시민대표들이다. 열린광장시민위원회가 퀴어축제에 서울광장을 내주면서 붙인 조건은 두 가지다. 광장 사용기간을 6일에서 하루로 단축하고, 음란물 전시 또는 신체 과다 노출을 금지한 것이다.
오 시장은 “음란물을 동원해 집회를 한다거나 신체 과다노출 현상이 벌어지는 일들이 과거에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일이 반복되면 안 되겠다는 원칙을 세워서 만에 하나 그런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위가 있게 되면 내년 이후에는 정말 서울광장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퀴어축제를 취소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마스크 착용을 한다든가 철저한 방역 지침을 안내해 지키도록 조치했다. 준수사항을 위반하는 경우 현장에서 즉각 계도 조치를 하고 현장 채증을 통해서 추후에 광장 사용 신청이 들어오면 그때 참고자료로 쓸 것”이라고 말했다.
동성애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 준비위원회가 퀴어축제 당일 서울광장 인근 서울시의회 앞에서 맞불 집회를 하겠다고 예고한 상태여서 충돌이 우려된다. 오 시장은 “양쪽의 행사 규모가 생각보다 커지면 분리 시설을 설치하는 것도 충돌 방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경찰과 계속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가 서울시에 신청한 비영리법인 설립도 민감한 문제다. 서울시가 지난해 8월 비영리법인 설립을 불허하자 조직위가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서울시가 최근 패소했다. “법인 설립 신청도 사실은 요건만 갖추면 허가를 해야 되는 게 원칙입니다. 그렇지만 서울시가 불허했어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서 불허가 재검토 취지의 재결을 송달받았습니다. 진 거죠. 중앙행정심판위원회 판단에는 현실적인 문제가 충분히 고려가 안 돼 있다고 보고 재검토는 하되 조건부 설립 허가든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최종 판단할 생각입니다.”
오 시장은 지난 1일 지방자치 민선 8기 시작과 함께 ‘약자와의 동행’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약자와의 동행은 그의 핵심 시정 철학이다. 이는 한국교회가 공동선을 위해 약자를 돌보며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오 시장은 “한국사회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기독교가 약자를 위해서 정말 많은 일을 했고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약자와의 동행을 위해 한국교회와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한국교회와 협조 체계를 구축해서 훨씬 더 많은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면 정말 바람직하다”며 교회 공간을 활용한 어린이집 운영, 데이케어센터, 자살 예방 살(자)·사(랑하자) 프로젝트를 예로 들었다. 한국교회와 서울시 간 협력체계인 교시협의회도 잘 진행되고 있다며 계속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또 “서울런(Seoul Learn)은 취약계층에 학습 기회를 제공해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빈부격차의 대물림을 끊어내자는 취지의 제도인데 여기에도 교회가 도와주실 게 많다”면서 “여기에 멘토들이 있어 학생들과 멘토-멘티 관계가 형성되면서 아이들한테 학습 의욕도 높이고 진로, 진학 상담도 해 주는데 교회 청년들이 참여해 준다면 굉장히 큰 재능기부도 하고 그런 달란트를 함께 모아주시는 게 이 프로그램을 보다 완벽하게 만들어 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도 교계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 대응이나 탄소중립은 민관 협조 체계가 안 되면 실현 불가능한 굉장히 도전적인 목표입니다. 어저께도 제가 폐플라스틱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옷을 입고 패션쇼에 참여했습니다. 페트병 20개에서 한 벌이 나오는데 색깔도 아주 좋아요. 그런데 결국 페트병, 폐플라스틱을 시민들이 동참해서 모아주셔야 좋은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원사를 뽑아내서 옷을 만드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교계와의 협조에 저희들은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입니다.”
예배 회복을 위한 자유시민연대 소속 교회 31곳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1심에서 승소한 것과 관련해 서울시가 최근 항소했다. 그 배경을 묻자 오 시장은 “서울시가 자체 결정하는 게 아니라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준을 형성해야 되는 사안의 경우에는 법무부에서 소송 지침을 받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코로나가 재확산될 경우 대면예배를 또 금지할 것인지 물었다.
오 시장은 “교회 입장에서 보면 주일 성수라는 게 굉장히 중요한 교회의 가치이고 그것에 대해서는 정말 정부에서도 지자체에서도 굉장한 부담을 느꼈던 건 사실이다”며 대면예배의 중요성을 인정했다. 이어 “목사님들 설교할때 마스크를 꼭 써야 되느냐, 상당히 거리가 떨어져 있는데 유리플라스틱(가림막)을 하도록 한다는 지침이 처음에 있었는데 좀 과도하다고 제가 끊임없이 중대본에 건의해서 관철시켰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대면예배 금지에) 불만이 많으셨고 여러가지 피해를 보셨던 것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지자체마다 생각이 다르면 국가적인 통일이 안 된다. 그래서 서울시는 정부와 보조를 함께하되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중대본 회의에 건의해 전국적인 기준을 바꾸자 제안하고 그게 관철돼 전국적인 기준으로 설정되면 서울시도 함께 시행하는 걸로 원칙을 정했다”고 밝혔다.
김재중 종교국 부국장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