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유기체로 파악하는 ‘가이아 이론’을 창시한 영국 환경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이 도어싯의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AP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향년 103세.
러브록의 가족들은 그가 103번째 생일인 전날 집에서 가족들에게 둘러싸인 채 낙상에 따른 합병증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가족들은 러브록이 6개월 전만 해도 집 주변 해안을 산책하고 언론 인터뷰도 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했지만, 심각한 낙상 사고 이후 건강이 급격히 악화했다고 전했다.
1919년생인 러브록은 영국과 미국에서 화학, 의학, 생물물리학을 공부했으며 영국 의학 연구협회, 미국 항공우주국(NASA) 산하 제트추진연구소의 달과 화성 탐사 프로젝트 등에서 일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로 독립 과학자로 활동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특히 1970년대에 선보인 가이아 가설은 지구를 스스로 조절되는 시스템으로서 생명의 조건을 창조하고 유지하는 존재로 봤다. 그는 인간의 행동이 이러한 지구 시스템을 위험스러운 비정상 상태에 빠트렸다고 주장했다.
이 이론은 처음엔 주목받지 못했지만 인간 행동이 지구에 미치는 충격에 관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점차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가이아는 그리스어로 ‘지구’란 뜻이다. 러브록은 오존층을 파괴하는 프레온 가스를 비롯한 대기·토양·수중 오염물질을 측정하는 장비를 개발하기도 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