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남중국해 전역 곳곳에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군용기와 군함을 투입한 중국은 대만의 최전방 도서인 진먼 섬에 무인기까지 투입했다. 이에 맞서 대만은 대규모 포사격 훈련을 예고하며 맞불을 놨다. 미국은 인도와 오는 10월 중·인도 국경 분쟁지대 인근에서 합동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다.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대만 국방부는 전날 SU-30 10대, J-16 4대, J-11 4대 등 중국 군용기 20대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고, 이 가운데 14대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침범했다고 밝혔다. 중국 군함 14척도 대만해협 주변에서 여전히 활동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중국은 진먼 섬에 무인기를 띄우며 대만을 거칠게 몰아붙이고 있다. 진먼 섬은 중국 푸젠성과 불과 1.8㎞ 떨어져 있다. 무인기는 지난 3일부터 모두 11차례에 걸쳐 18대가 4일 연속 야간에 진먼 섬 상공에 진입해 대만의 전투 준비 태세에 관한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진행한 ‘대만 포위 군사훈련’은 7일 종료했다. 하지만 당분간 위협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중국군은 훈련 첫날인 4일 대만 북부, 남부, 동부 주변 해역에 총 11발의 둥펑 계열 탄도 미사일과 함께 대만 해협에 장거리포를 쏟아부으며 전례 없는 화력 시위를 벌였다. 중국은 8일부터는 자국 앞바다 곳곳에서 실사격 훈련을 예고한 상태다.
대만도 대응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대만 육군은 9일 남부 핑둥현 인근에서 155㎜ 곡사포 78문과 120㎜ 박격포 6문을 동원한 대규모 포사격 훈련을 실시한다. 특히 사거리가 최대 1200㎞에 달하는 슝펑-2 미사일은 대만의 핵심 비대칭 전력 중 하나인데, 싼샤댐 같은 중국의 전략 표적을 공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에 진행되는 대만의 훈련은 중국군의 대만 포위 훈련이 끝나는 시점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도발은 자제하되 중국의 압박에 위축되지 않겠다는 뜻을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과의 우발적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한 ‘가드레일’을 훼손한 점은 중국과 대만 및 미국 사이에 돌출 변수로 떠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중간 국방부 실무회담과 해상 군사안보 협의체 회의를 각각 취소한다며 미국과의 단절을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인도는 중국과의 국경 분쟁지대 인근에서 연례 합동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CNN은 미국과 인도가 10월 중순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의 히말라야 산맥에 있는 스키 휴양지 아우리에서 고지대 전투훈련에 초점을 맞춘 연합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우리는 인도와 중국의 국경 분쟁지대인 실질 통제선(LAC)으로부터 약 95㎞ 떨어진 곳이다. 중국과의 사이가 껄끄러운 인도와 손 잡고 압박을 하겠다는 의미다.
미·중 양국간 설전도 계속되고 있다. 미 백악관은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해 “도발적이고 무책임하다”고 규탄했다. 이에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동아시아 정상회의 외교장관 회의에서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위험은 역외 강대국의 부당한 개입과 빈번한 방해”라며 반박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