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물가 상승률이 심상치 않다. 아르헨티나 통계청은 11일(현지시간) 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1년 전보다 71% 급등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연상승률은 76%였던 1992년 1월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이에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같은 날 기준금리를 69.5%로 대폭 인상했다. 아르헨티나는 불과 2주 전쯤 기준금리를 연 52%에서 연 60%로 올렸었다.
최근 아르헨티나의 높은 인플레이션은 현재 전 세계 인플레이션의 원인이기도 한 우크라이나 전쟁과 공급망 혼란 그리고 공공 지출의 큰 증가 등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의 인플레이션은 정부가 자초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아르헨티나는 교육·의료·에너지 등 다양한 부문에서 보조금을 지원하며 많은 지출을 해왔다. 이를 위해 더 많은 지폐를 인쇄한 결과 인플레이션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수습할 리더십의 부재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7월 2일 마르틴 구스만 전 경제 장관이 사임했으며 후임인 실비나 바타키스 장관 또한 혼란을 잠재우지 못하면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에 의해 해고됐다. 임기 2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난 경제 장관은 이로써 벌써 21명째다.
계속되는 물가 상승에 아르헨티나에선 “돈을 써야 돈을 잃지 않는다”는 소비 패턴이 자리 잡았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들은 페소를 받는 대로 빨리 쓴다”며 “아르헨티나 국민은 은행도 믿지 않고, 신용카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이 몇 년 동안 계속되자 이제 그들은 물건의 가격이 얼마가 되어야 하는지조차 거의 알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르헨티나 경제학자인 에두아르도 레비 예야티 미 하버드대 초빙교수는 NYT에 “페소화로는 차라리 여행을 가거나, 집을 고치거나, 물건을 사는 게 낫다”며 “그렇지 않고 은행에 넣어놓으면 돈을 매일 잃는 느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중남미경제연구재단(FIEL)은 연말 기준 아르헨티나의 연간 물가 상승률을 112.5%로 예측했다. 도밍고 카발로 전 경제 장관도 최근 현지 매체 페르필과의 인터뷰에서 연 100%대 물가 상승은 기정사실이라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