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am News

연준 금리인상에도 과소평가하는 월가…‘성장·물가안정’ 연준의 딜레마


월가의 투자자들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의지에 대해 과소평가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미 연준의 금리인상 의지를 사실상 ‘허세’로 간주해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추후 금리인하 기조로 변화하며 미 증시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이같은 내용을 보도하며 월가의 판단은 매우 성급하며 투자자들은 물론 연준에게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우선 상반기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50여년 만에 최악의 상반기를 보낸 뉴욕증시는 연준이 내년 상반기 중 금리인하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하며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 지수는 6월 중순 저점에서 17% 상승했다. 게다가 모기지, 학자금 대출 등의 금리를 결정하는 데 기준이 되는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6월 고점 대비 0.5%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이러한 반등 분위기는 많은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르렀고, 연준이 내년 중 금리 인상에서 인하로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연준은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낸다. 그런데 금리인상 등 긴축을 고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경제 성장을 위해 금리인하 카드를 연준이 섞어서 쓸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월가의 믿음이다.

WSJ는 “월가의 이러한 태도는 지난 수십 년간 이어진 ‘연준 풋’(Fed put)에 대한 시장의 믿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준 풋이란 금융시장이 어려울 때마다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거나 양적완화에 나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움직임을 말한다. 연준은 1987년 블랙먼데이 사태, 러시아 금융 위기, 1998년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의 파산, 닷컴 붕괴와 같은 격변기에 금리를 신속하게 인하한 바 있다. 성장과 인플레이션이라는 2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연준이 ‘긴축’만을 고수할 수 없다는 역사가 존재하는 것이다.

실제로 월가는 연준 고위 인사들이 ‘조기 금리인하 전환은 없다’며 인플레이션을 잡기까지 갈 길이 멀다고 경고음을 냈으나, 시장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향후 6∼9개월 안에 금리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기대는 “비현실적”이라고 못 박았음에도 증시는 하락세로 돌아서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믿음은 자칫하면 투자자들에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웨이 리 블랙록 글로벌 수석투자전략가는 WSJ에 “시장이 너무 앞서간다고 생각된다”며 “시장은 우리가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공격적인 금리인하를 이미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준이 결국은 정책 전환에 나서겠지만 시장이 예상하는 만큼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연준이 금리 인상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경우 시장은 ‘고통스러운 심판’에 직면해 상당한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WSJ은 예측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