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차남 유혁기(50)씨를 국내로 송환하기 위한 미국의 사법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 것으로 22일(현지시간) 확인됐다. 한국으로의 신병 인도를 막아달라고 낸 유씨의 청구가 미 법원에서 최종 기각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범죄인 인도 절차 집행을 결정하면 한국 정부는 유씨 신병을 넘겨받게 된다. 그는 유 전 회장의 2남 2녀 자녀 중 한국 검찰이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마지막 인물이다.
국민일보가 확보한 유씨 관련 판결문에 따르면 미국 제2 연방항소법원은 지난 1일 “1심 법원이 유씨의 인신보호 청원을 기각한 것은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뉴욕주 남부지방법원 주디스 매카시 연방치안판사는 지난해 7월 유씨에 대해 “제출된 증거가 혐의를 뒷받침하기 충분하고, 한국의 범죄인 인도 청구가 상당한 근거가 있다”며 “관련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유씨가 범죄인 인도의 적법 대상임을 확인한 것이다. 법원은 당시 유씨에 대해 보석 없는 구금을 계속할 것도 결정했다.
유씨는 그러나 “증거가 불충분하고, 공소시효도 만료됐다”며 결정에 불복, 곧바로 해당 법원에 미국법에 따른 인신보호 청원을 제기했다. 범죄인 인도 결정은 단심 재판이어서 항소할 수 없지만, 구금의 적법성을 따지는 인신보호 청원은 가능하다. 구금이 적법하지 않다는 판단이 나오면 유씨의 신병 인도도 자동 취소되는 상황이었다.
뉴욕주 남부지방법원은 그러나 유씨의 인신보호 청원도 기각했다. 이에 유씨는 지난해 11월 다시 항소법원에 청원기각에 대한 재심을 요청했는데, 이번에 “1심 법원이 유씨 청원을 기각한 것은 잘못이 없다”는 최종 결정이 나온 것이다.
항소법원은 “미국에서 공소시효가 지난 범죄인의 인도에 관한 결정은 국무장관이 판단할 문제”라며 “법원이 해야 할 결정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정부 관계자는 “법원 절차는 모두 마무리됐고, 미 행정부가 범죄인 인도를 집행하는 절차만 남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씨는 미 국무부에 관련 절차를 집행하는 게 적절한지 다시 검토해 달라고 요청해, 최종 송환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유씨는 유 전 회장 뒤를 이은 세월호 소유주 청해진해운의 실질적 지배주주로, 계열사 경영을 주도한 것으로 지목됐다. 한국 검찰은 2014년 5월 허위 상표권 계약이나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회삿돈 290억 원을 횡령한 혐의 등 7가지 혐의를 적용해 그를 기소했다. 영주권자로 미국에서 체류 중이던 유씨는 2020년 7월 뉴욕주 웨스트체스터 카운티 자택에서 도피 6년 만에 체포됐다.
앞서 유 전 회장의 장녀 섬나씨는 2014년 5월 프랑스 파리 한 아파트에서 현지 경찰에 체포됐고, 프랑스 정부의 송환 결정에 불복하는 소송을 제기하다 3년 만에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