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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군, 中 무인기 첫 격추… 신호탄→실탄 사격으로 선회


대만군이 안보 최전방인 진먼다오 부속 섬을 침범한 중국 무인기(드론)를 격추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중국 드론이 대만 관할 구역을 침범하는 일이 잦아지자 대만군도 강경 대응으로 돌아선 모습이다.

1일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대만군 진먼방어사령부는 이날 오후 12시3분쯤 정체불명의 민간용 드론이 진먼다오 부속 섬인 스위 인근 통제해역 상공에 들어와 퇴거를 시도했으나 불응해 방어사격을 가해 격추했다고 밝혔다. 대만군이 중국 드론을 격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진먼다오는 푸젠성 샤먼에서 5㎞도 떨어져 있지 않아 지리적으로 중국에 가깝지만 대만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섬이다. 대만은 이곳을 안보 최전선으로 여기고 있다.

대만군은 그간 중국 드론이 관할 지역을 침범할 때마다 감시, 경고, 퇴거 시도, 사격으로 이어지는 매뉴얼에 따라 주로 신호탄을 쏴 경고하는 수준에서 대응했다. 지난달 2~3일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이후 중국 드론은 20차례 넘게 대만 관할 지역에 들어갔다. 대만에선 군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근 진먼다오의 또 다른 부속 섬인 얼단의 경계초소에서 근무하던 대만군 병사가 상공에 나타난 중국 드론에 돌을 던져 쫓아내려고 한 영상이 공개되면서 불만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대만군은 지난달 30일 얼단의 해상 통제구역 상공에 진입한 중국 드론을 향해 처음 실탄 방어사격을 가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이날 펑후섬 군 기지를 방문해 “적시에 강력한 조치를 취해 중국 공산당 무인기를 제압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음 날 민간용 드론 3대를 또다시 대만 관할 지역에 보냈다. 대만은 중국이 민간용 드론을 이용해 회색지대 전술을 펴면서 대만군의 경계태세를 파악하고 약화시키려 한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펠로시 의장 방문 당시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실탄 사격 훈련을 실시한 이후 언제든 대만을 무력 제압할 수 있다는 위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중국과 대만 사이 실질적 경계선 역할을 하는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거나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한 중국 군용기는 400대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리시밍 전 대만군 참모총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중국의 대만해협 중간선 무력화는 침공의 선행조치”라며 “중국은 이제 군사 공격으로 대만 독립을 통제하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