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 고문이 2일 부정선거 관련 혐의로 징역 3년을 추가로 선고받아 전체 형량이 20년으로 늘었다.
AP·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이날 미얀마 군정 법원이 수치 고문에게 강제 노역을 포함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군부는 수치 고문이 이끈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을 거둔 2020년 11월 총선이 부정선거였다며 지난해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선거 참관인들은 선거에서 주요 부정 행위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얀마 군부는 광범위한 사기 혐의로 인해 행동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선거조작 관련 혐의로 수치 고문이 유죄를 선고받는다면 군정으로서는 쿠데타를 정당화하는 논리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앞서 군부는 2023년 총선 전 NLD를 해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 이후 선거 조작과 부패 등 10여 개의 혐의를 적용해 수치 고문을 잇달아 기소했다.
수치 고문은 지난해 12월 선동 및 코로나19 방역 조치 위반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선고 직후 쿠데타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사면 형식으로 형기를 2년으로 줄였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1월 무전기 불법 수입·소지 및 코로나19 방역 조치 위반 혐의 등으로 수치 고문에게 징역 4년을, 지난 4월과 지난달에는 부패 혐의로 각각 징역 5년과 징역 6년이 추가됐다.
쿠데타 이후 가택 연금됐던 수치 고문은 지난 6월부터 교도소 내 독방에서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재판은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으며, 결과 공개도 제한됐다. 이날 선고 내용을 외부에 알린 소식통은 수치 고문의 건강 상태는 양호했다고 전했다.
수치 여사의 지지자들은 수치 여사에 대한 모든 혐의는 정치적 의도가 있으며, 군부가 그녀의 정계 복귀를 막기 위해 그녀의 신용을 떨어뜨리고 군부의 권력 장악을 정당화하려 한다고 맞서고 있다.
쿠데타 이후 반대 세력에 대한 유혈 진압과 민주화 인사 사형 집행 등으로 국제 사회의 규탄이 이어지는 가운데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최근 수치 고문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지난달 19일 성명에서 “수치 고문에 대한 재판이 모두 끝나면 그와 대화할 수 있다”며 “모든 판결이 확정되면 교도소에서 가택으로 거처를 옮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