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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철의 여인’ 등장… 영국 새 총리로 40대 ‘리즈 트러스’ 유력


영국을 이끌 새 총리로 ‘제2의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리즈 트러스(47) 외무부 장관의 당선이 유력시된다. 마거릿 대처, 테리사 메이에 이어 영국 역사상 세 번째 여성 총리의 탄생을 앞둔 가운데 트러스 장관이 인플레이션 등 산적한 현안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영국은 5일(현지시간) 새 총리를 뽑는 보수당 대표 경선 결과를 발표한다. 의원 내각제인 영국은 집권당 대표가 총리를 겸한다. 약 16만명의 영국 보수당원은 지난달 1일부터 한 달간 우편과 인터넷을 통해 새 총리에 대한 투표를 진행했다. 이번 경선에서는 ‘강경 보수’ 트러스 장관과 ‘인도계 엘리트’ 리시 수낙 전 재무부 장관이 맞붙었다.

영 언론 대다수는 트러스 장관의 승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전체 당원 투표에서 트러스 장관은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트러스 외무장관이 수낙 전 장관을 꺾고 차기 총리가 될 확률이 92%라고 보도했다.

트러스 장관은 옥스퍼드대를 졸업했고 환경부 장관과 재무부 장관, 국제통상부 장관을 지냈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트러스 장관은 ‘변신의 귀재’이자 ‘야망가’로 불린다. 대학 시절 자유민주당에서 활동하며 군주제를 비판한 이력이 있지만 현재는 왕실이 영국을 대표한다고 주장한다. 또 보수층이 지지하는 브렉시트에 대해선 초기엔 반대하다 보리스 존슨 내각에 들어서자마자 적극적 옹호로 입장을 바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승진을 위해서는 마음을 풍향계처럼 바꿀 수 있는 사람”이라고 분석했다.

트러스 장관은 감세를 통한 경기 부양, 러시아·중국에 대한 강경책 고수, 브렉시트 적극 옹호 등을 앞세워 보수파 당원들의 지지를 얻었다. 또 존슨 총리가 파티 게이트 등 각종 추문으로 위기에 빠졌을 때는 그를 옹호해 보수당원들의 인정을 받았다. 마거릿 대처 전 총리와 같은 ‘친시장주의’ 이미지를 구축한 것도 승리의 배경이 됐다.


수낙 전 장관은 정책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지만 ‘배신자’ 프레임을 떨쳐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보리스 존슨 총리가 사퇴 압박을 받을 때 수낙 전 장관은 트러스 장관과 달리 존슨 총리 퇴출에 앞장섰다. 존슨 총리는 수낙 전 장관을 발탁하고 그를 중량급 정치인으로 키웠다. 결국 수낙 전 장관은 집권당 하원의원을 상대로 한 5차례 경선에서 줄곧 1위를 차지했지만 당원 선거가 시작되자마자 힘을 잃었다.

트러스 장관의 앞길은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현재 최악의 경제 상황에 직면해있다. 영란은행(BOE)은 내년 말까지 영국의 경기 침체를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치솟는 에너지 비용도 문제다.

트러스 장관은 “경제 불평등 해소보다 성장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펼치겠다”며 적극적인 감세를 예고했다. BBC는 전문가를 인용해 “감세는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빈곤층에 대한 혜택과 재정 부담이라는 두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