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을 비(非)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요 동맹국으로 대우하는 내용을 담은 ‘대만정책법안’이 미 상원 외교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안에는 대만의 영토를 점유하거나 영토보전을 방해하면 제재를 가하도록 하는 강력한 지원책도 담겨 있다. 미국의 대만 정책인 ‘전략적 모호성’을 폐기하는 것이어서 중국은 강력히 반발했다.
상원 외교위는 14일(현지시간) 대만정책법안을 표결하고 본회의로 넘겼다. 법안은 표결에서 찬성 17표, 반대 5표로 가결됐다.
법안은 민주당 소속인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과 공화당 소속의 린지 그레이엄 의원이 지난 6월 공동 발의했다. 법안은 “대만 국민에게 다른 외국 국가나 정부 단체와 동등한 사실상의 외교적 대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대만을 한국과 같은 수준의 비 나토 동맹국으로 여기고, 정부가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보장할 것 등도 요구했다. 미 정부가 4년 동안 대만에 45억 달러의 안보 지원을 제공하고, 대만의 국제기구 참여도 돕도록 했다.
특히 대만을 적대시하거나 위협을 초래하면 중국 국가주석을 포함한 관리들과 주요 국책은행 등을 제재하는 내용도 담겼다. 법안이 통과되면 ‘하나의 중국’ 정책에 기반을 둔 미국의 대만 정책 근간이 뒤바뀌는 셈이다.
법안을 공동 발의한 메넨데스 의원은 회의에서 “미국은 중국과 전쟁이나 긴장 고조를 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직면한 것을 명확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법안이 그대로 통과될지는 불투명하다. 폴리티코는 “미국과 중국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백악관과 일부 상원의원이 이 법안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백악관은 법안이 통과되면 대만 문제에 대한 정책 결정권이 의회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교 정책을 의회가 통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이에 따라 국가안보회의(NSC) 차원에서 일부 법안 내용에 대한 수정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이날 “대만에 대한 미국의 오랜 정책을 바꾸지 않도록 법안을 수정하는 방법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강력히 반발했다. 류펑위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의회 전문매체 더힐에 보낸 성명에서 “대만정책법안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총체적으로 훼손하고 미국의 대중 정책을 바꿀 것”이라며 “법이 통과되면 중·미 관계를 뒤집을 정도의 영향을 미치고, 대만 독립분리주의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것이기 때문에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