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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브리핑룸 BTS 등장에 美기자들 ‘일제히 폰’


평소 진지하고 냉철한 질문과 답변이 오가기로 유명한 미국 백악관 브리핑룸에 그룹 방탄소년단(BTS) 등장하자 이례적인 풍경이 연출됐다.

BTS는 미국의 ‘아시아·하와이 원주민·태평양 제도 주민(AANHPI) 유산의 달’ 마지막 날인 31일(현지시간) ‘반(反) 아시안 증오범죄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면담하기 전 기자실을 ‘깜짝’ 방문했다.

BTS가 카린 장-피에르 대변인과 함께 기자실 문을 열고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등장할 때만 해도 기자들은 별다른 반응 없이 차분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BTS 멤버들이 한 명씩 발언을 시작하자 대다수 기자들은 일제히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사진이나 영상을 찍었다.

브리핑룸 뒤편에 배치된 사진 및 카메라 기자들은 “폰 다운(Phone Down·휴대전화를 내려라)”을 연이어 외쳤다. 촬영 구도에 방해를 받으므로 휴대전화를 내려달라는 다급한 호소였다. 하지만 상당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휴대전화를 들고 ‘BTS 담기’에 열을 올렸다.



이날 기자실은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다. 지정석 대부분이 찼고 한국·일본 등 외신 기자 100여명이 좌석 주변에 선 채로 BTS의 입장을 기다렸다. 백악관 브리핑실의 좌석은 가로세로 7줄씩 모두 49석인데, 이날은 평소보다 3배 정도 많은 취재진이 모인 셈이다.

한 영상 촬영 기자는 “브리핑룸이 이렇게 붐비는 것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미국 기자들도 이런 풍경이 신기한 듯 브리핑룸 전체를 360도 동영상으로 찍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례적인 상황은 기자실뿐만이 아니었다. 백악관은 유튜브 채널로 브리핑을 생중계하는데 BTS 팬이 대거 몰린 탓에 한때 동시 접속자가 30만명을 넘어설 정도였다. 브리핑 시작 전인 오후 2시20분쯤 9만명을 넘기고 예고된 시간인 30분쯤에는 17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BTS 순서가 끝난 뒤 다음번 브리핑 차례이던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자 기자들이 하나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디스 위원장은 멋쩍은 듯 웃으며 “오늘 집에 가서 아이들에게 내 브리핑 오프닝을 BTS가 해줬다고 얘기해야겠다”고 농담했다.


백악관 바깥에도 200명이 넘는 BTS 팬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철제 펜스를 사이에 둔 채 BTS를 외치며 열정적으로 응원했다. BTS 상징색인 보라색 마스크와 두건을 착용한 모습도 눈에 띄었다.

깔끔한 검은색 정장 차림의 BTS가 이날 브리핑룸에 머문 시간은 6분가량이다. 리더인 RM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은 한국말로 한 명씩 돌아가며 아시아 증오범죄의 근절을 강조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발언이 끝난 후에는 영어 통역이 이어졌다.

BTS 소속사인 하이브 관계자는 “한국인이니까 한국말로 한 것”이라며 “따로 백악관 요청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지난 29일 미국에 도착한 BTS는 짧은 미국행을 마무리하고 1일 귀국길에 오른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