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20대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후 3일 만에 의문사하자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격화하면서 사망자도 발생하고 있다.
영국 BBC는 21일(현지시간) 마흐사 아미니(22) 사망 사건으로 지난 17일 시위가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9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란 치안 당국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면서 16세 소년도 총격으로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마흐사 아미니는 지난 13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머리카락을 히잡 바깥으로 내놓았다는 이유로 여성의 복장을 단속하는 도덕 경찰에게 구금됐다. 이후 경찰 조사를 받던 아미니는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이송됐으나 16일 혼수상태에 빠진 뒤 사망했다.
테헤란에서 소규모로 시작된 시위는 이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현재 수도 테헤란과 시라즈, 케르만샤, 하마단, 타브리즈 등을 포함한 주요 20개 도시에서 아미니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은 머리에 두르는 검은색 히잡을 벗어 불태우고 머리카락을 자르기도 했다. 테헤란 집회에서는 “머리에 쓰는 스카프도 반대, 터번도 반대, 자유와 평등은 찬성”이라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시위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격화하는 양상이다. 테헤란에서는 “불명예, 불명예”를 외치는 시위대를 향해 이란 경찰이 장갑차를 동원해 물대포를 뿌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일부 시민들은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언급하며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국제 사회도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나다 알나시프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부대표는 20일 스위스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숨진 여성의 비극적 죽음을 둘러싸고 제기된 고문 의혹은 당국에서 신속하고 공정하게 조사해야 한다”며 “최근 이란이 히잡을 느슨하게 착용한 것으로 보이는 여성들을 체포하고 구타했다는 증거 영상이 OHCHR에 접수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21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미국은 기본적 인권을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선 이란의 용감한 여성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