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am News

“가장 위험한 여성”… ‘유력’ 伊총리에 긴장하는 유럽


오는 25일(현지시간) 치러지는 이탈리아 총선에서 차기 총리로 유력한 조르자 멜로니(45) ‘이탈리아형제들’(Fdl) 대표에 유럽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네오 파시스트’로 불리는 멜로니는 이탈리아의 사상 최초 여성 총리이자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 이후 집권하는 첫 극우 지도자 타이틀을 앞두고 있다. 이변이 없으면 22일 총선에서 차기 총리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총선 여론조사 공표 금지 전 마지막으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멜로니가 이끄는 Fdl은 25.1%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여론조사 결과 우파 연합의 지지율은 46.6%를 기록해 중도 좌파 연합의 지지율 27.2%를 크게 앞질렀다. 우파 연합은 멜로니의 Fdl와 ‘친 푸틴’ 인사로 꼽히는 마테오 살비니 전 부총리가 대표인 북부동맹,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주도하는 전진이탈리아(FI) 세 정당이 중심이다.


멜로니의 총리 등극을 눈앞에 두고 유럽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테른’은 지난 22일 최신호 표지에 멜로니의 사진을 싣고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이라고 정의했다. 슈테른은 “포스트 파시스트인 멜로니는 푸틴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이탈리아 총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유럽에 극단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1977년생인 멜로니는 10대 때부터 극우의 길을 걸어왔다. 15세에 베니토 무솔리니의 추종자들이 1946년 설립한 정당 ‘이탈리아사회운동’(MSI) 청년부의 문을 두드린다. 그는 자서전에서 “MSI에서 ‘제2의 가족’을 찾았다”고 회상했다. 1995년 MSI가 해산되며 민족동맹(AN)으로 계승됐고 멜로니는 AN ‘청년 운동’ 회장을 맡았다. 29세이던 2006년 AN 소속으로 의회에 입성한다. 이후 2012년 또 다른 극우 정당인 Fdl를 창당했다.


Fdl은 2018년 선거에서 겨우 4.5% 득표에 그칠 정도로 비주류였다. 지난 4년간 지지율이 꾸준히 상승했는데,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는 그 배경으로 ‘멜로니의 극도로 보수적이고 민족주의적인 메시지’를 꼽았다. CNN도 “멜로니는 동성애, 낙태, 이민에 의문을 제기하는 보수적인 의제에서 결코 흔들리지 않고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멜로니는 특히 난민 유입과 동성애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지난 5월 “정부가 불법 이민자들이 우리 국경을 습격하도록 내버려 뒀다”면서 난민들을 막기 위해 해상 봉쇄를 요구했다. 유럽연합(EU)을 향해서는 부정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멜로니는 EU를 “대자본과 국제 투기꾼들이 원하는 유럽 시민 인종 대체 프로젝트의 공범”이라고 묘사했다. 유로화를 ‘잘못된 통화’로 규정한 적도 있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는 중도 세력의 표심을 얻기 위해 ‘친 유럽’으로 태세를 전환했다. 자신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우크라이나의 확고한 지지자이며 EU 또한 지지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이탈리아 우파는 파시즘을 수십 년 동안 역사에 넘겨주었다. 민주주의의 탄압과 수치스러운 반체제 인사를 명백히 규탄한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영어·프랑스어·스페인어로 올렸다.

그렇지만 멜로니에 대한 의심의 눈길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멜로니는 일단 집권을 시작하면 친 유럽의 탈을 벗어 던지고 민족주의의 송곳니를 드러낼 우려가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유럽이 멜로니의 집권에 긴장하는 또 다른 이유는 ‘러시아’ 변수 때문이다. 그와 함께 우파 연합을 이끄는 살비니 전 부총리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대표적인 친푸틴, 친러시아 인사다. 최근 러시아가 2014년부터 전 세계 20여국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3억 달러(약 4200억원) 이상을 송금했다는 미국의 발표에 이 둘이 가장 먼저 의심을 받았다. 이탈리아 최대 일간 ‘라 레푸블리카’도 지난 15일 “러시아의 비밀 정치 자금 후원국에 이탈리아가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독일 슈테른은 “멜로니 집권으로 러시아에 우호적인 인사들이 권력을 잡을 경우 푸틴이 이들을 통해 서유럽에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고, 그 결과 EU의 단합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