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에 포로로 잡힌 뒤 4개월 만에 풀려난 우크라이나 군인의 상처와 망가진 몸이 전장의 참상을 보여주고 있다. 예비군 부분 동원령을 내리고 확전 태세로 나선 러시아 정부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향한 비판과 반전 여론은 자국 내에서도 높아졌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생환한 포로 미하일로 디아노프(42)의 사진을 공개했다. 디아노프는 러시아의 침략을 당하고 3개월 뒤인 지난 5월 우크라이나 최대 철강 공장인 마리우폴 아조프스탈 제철소에서 전투 중 팔을 다치고도 굳건한 표정으로 촬영된 사진이 공개돼 강한 항전 의지를 고취한 군인이다.
그랬던 디아노프에게도 포로 생활은 ‘악몽’과 같았다. 마리우폴 전투에서 러시아군의 포로로 잡힌 디아노프는 불과 4개월 만에 갈비뼈를 드러낼 정도로 마른 몸에 팔은 뒤틀린 채 돌아왔다. 가혹행위를 당한 듯 눈과 코는 부풀어 올랐다. 디아노프는 지난 21일 러시아에서 풀려난 포로 215명 속에서 우크라이나로 돌아왔다.
우크라이나는 디아노프의 몸 상태를 러시아의 제나바 협약 위반의 증거로 제시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게 바로 러시아식 제네바 협약 이행 방법이다. 러시아가 나치즘의 수치스러운 유산을 이어가는 방법”이라고 비판했다.
가족의 품에 안긴 디아노프는 곳곳에 상처가 남은 얼굴에서 밝은 비소를 지어보였다. 이 사진이 세계인의 가슴을 더 강하게 할퀴었다. SNS에선 디아노프를 포함한 우크라이나군 포로의 치료를 위한 병원비 모금 운동도 진행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반전 여론이 높아지고 있지만, 푸틴 대통령은 지난 21일 러시아의 주권과 영토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부분 동원령을 내렸다. 러시아에서 군 동원령이 발동된 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러시아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7개월간 심각한 병력 손실을 입었고, 최근 전황도 불리하게 전개되자 병력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러시아 안에서 예비군 부분 동원령에 저항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뉴스채널 CNN은 24일 “러시아 32개 지역에서 동원령 거부 집회 참가자 724명이 경찰에 연행됐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의 부분 동원령 선포 당일인 지난 21일에는 38개 지역에서 1300명 이상의 집회 참가자가 체포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