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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엔화·위안화 폭락… 아시아 제2 금융위기 올 수도”


전 세계적인 강달러 현상에 26일 다른 아시아 국가의 통화 가치도 하락했다. 최근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의 심각한 약세는 1997년과 비슷한 아시아 금융위기를 다시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날 일본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전날보다 1.08%(오후 5시30분 기준) 오른 달러당 143엔을 기록했다. 엔화는 올해 들어 가치가 25% 가까이 떨어져 주요국 통화 가운데 하락 폭이 가장 크다. 태국 밧화도 이날 달러당 37.8밧으로 약세를 보였다. 통화 약세 여파로 증시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225)는 2.12% 급락했고 대만 자취안지수도 1.89%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블룸버그통신은 아시아에서 영향력이 높은 엔화와 위안화의 가치 하락이 신흥국 시장에 대한 공포를 키워 자금 이탈 러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이날 진단했다. 특히 한국 원화를 위기에 취약한 통화로 지목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부터 지난 16일까지 4주간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신흥국에서 8억5800만 달러의 자본 순유출이 발생했다. 올해 아시아 이머징 마켓에서 빠져나간 누적 자금은 650억 달러로 이미 지난해 전체 금액보다 많다.

아시아 시장에서의 자금 이탈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촉발한 달러 강세 탓이다. 문제는 엔화와 위안화의 환율 하락이 아시아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칠 만큼 가파르다는 데 있다.

싱가포르 미즈호은행 비슈누 바라탄 전략책임자는 “엔화와 위안화 약세는 아시아에서의 무역과 투자에 있어 통화를 불안정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며 “우리는 이미 어떤 면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스트레스를 향해 가고 있고, (환율) 손실이 깊어지면 다음 단계는 아시아 금융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DBS그룹 타이무르 바이그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아시아 국가에는 통화 위험이 금리보다 더 큰 위협”이라며 “아시아는 수출국이어서 거대한 부수적 피해가 없더라도 1997년이나 98년(외환위기)의 재현을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은 90년대에도 공격적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자본은 아시아 신흥국에서 이탈해 미국으로 옮겨갔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일본 경제가 아시아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과거보다 높아져 위기가 전염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봤다.

영국 경제학자 짐 오닐은 97년 수준의 금융위기의 방아쇠가 당겨질 시점을 엔화가 달러당 150엔까지 떨어지는 때로 봤다. 엔화는 지난 22일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 발표 이후 달러당 145엔 후반까지 밀렸다.

맥쿼리캐피털의 한 전략가는 “엔화와 위안화가 모두 하락할 때 가장 취약한 통화는 한국 원화, 필리핀 페소, 태국 밧화 등 경상수지 적자 상태에 있는 통화”라고 말했다. 그는 “두 통화의 하락 압력은 신흥시장 통화에 노출된 사람들의 달러 매수와 헤징 수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