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 5년 만에 자국 상공을 통과하자 일본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일본 정부는 미사일 발사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대응을 결의했다.
일본 아사히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4일 오전 총리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폭거’로 규정했다. 그는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통과해 태평양에 낙하한 것으로 보인다”며 “강하게 비난한다”고 말했다. 북한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한 건 2017년 9월 이후 5년 만이다.
일본 정부는 오전 8시45분부터 약 10분간 총리관저에서 NSC를 열고 대응을 논의했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NSC를 마친 뒤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총리가 유엔 안보리를 통한 대응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NSC에는 기시다 총리와 마쓰노 장관, 하마다 야스카즈 방위상,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이 참석했다.
마쓰노 장관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며, 사전 통보 없이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형태로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항공기와 선박은 물론 통과 지역 주민 안전의 관점에서도 문제가 있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베이징대사관 경로를 통해 북한에 엄중히 항의하고 가장 강한 표현으로 비난했다”고 밝혔다.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자위대 대응에 관한 질문에는 “오늘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자위대가 발사 직후부터 낙하까지 완전히 탐지하고 추적했다”며 “낙하로 인한 일본 영역에서의 피해가 예상되지 않아 자위대에 의한 파괴 조치는 실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본 열도 최북단인 홋카이도와 혼슈 최북단 아오모리현 주민에게는 “건물 안에 있거나 지하로 대피하라”는 경보가 내려졌다. 일본 정부가 북한 미사일 관련 발사정보 전달시스템 엠넷(Em-Net)과 전국순시경보시스템(J-ALERT)을 통해 경보를 발령한 것은 2017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일본 공영방송인 NHK는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해당 지역 주민에게 대피 경보를 반복해서 알렸다. 도쿄 지역 신문사들은 호외를 발행했다. 북한 미사일이 일본 혼슈 동북부인 도호쿠 지역 상공을 통과함에 따라 고속전철 노선인 도호쿠신칸센 일부 구간의 운행이 오전에 일시 중단됐다. 여객 철도 주식회사 JR홋카이도도 열차 운행을 일시 중단했으며 삿포로시 지하철도 운행을 멈췄다가 재개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