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4일 청년절을 기념해 발간한 ‘신시대 중국 청년’ 백서에서 자국의 젊은 세대(MZ세대)를 “자신감과 열망이 있고 책임감이 강하며 애국심으로 가득 차 있다”고 묘사했다.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고 실용성·공정성을 선호하는 전 세계 MZ세대와 사뭇 다른 특징이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달 말 배포한 청년 백서에서 “신시대 중국 청년들은 중화민족이 발전하는 가장 좋은 시기를 만나 물질적 정신적으로 풍족하다”며 “민족 중흥의 중책을 담당할 수 있는 시대의 새 사람으로 성장했다”고 추켜세웠다. 이어 “중국의 젊은이들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고귀한 이상을 추구하고 애국심으로 가득 차 있으며 국가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서 청년을 주제로 한 백서가 배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의 MZ세대가 이 같은 특징을 띄고 있는 것은 정부 정책과 상당히 관련이 깊은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은 1919년 5월 4일 학생들이 주도한 항일 운동이자 반제·반봉건 시위인 5·4운동을 기념해 매년 이날을 청년절로 정하고 각종 행사를 치렀다. 5·4 운동은 중국 신민주주의의 출발점으로 평가 받지만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후 민주주의보다 애국 정신을 부각하는 분위기다. 애국주의는 중국 MZ세대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꼽힌다. 태어나면서부터 부상하는 중국의 모습을 보고 자라난 이들은 중화사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중국인이라는 자부심이 강하다. 애국주의 교육을 본격적으로 받은 세대다.
5일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창단 100주년을 앞두고 중국 포털과 SNS에는 ‘신시대 중국 청년은 붉은 깃발 아래 태어나 봄바람 속에 자랐고 눈이 닿는 곳마다 화하(華夏·중국의 옛 명칭)다’는 글이 도배됐다. 청년 관련 콘텐츠는 대부분 당과 국가, 인민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전역에는 367만7000개의 공청단 조직이 있고 단원은 7300만명이 넘는다.
시 주석은 지난 2일 중국항천과학기술공사(CASC)의 우주정거장 건설에 참여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항공우주과학기술의 자립 자강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우주정거장 ‘톈궁’, 달 탐사선 ‘창어’, 화성 무인탐사선 ‘톈원’ 등 집권 기간 이룬 성취를 강조했다. 앞서 CASC 내 청년 8만명은 시 주석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을 항공우주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