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림대교 폭발 사건을 개인적 모욕으로 여겨 집요하게 보복할 것이라고 미국 뉴스채널 CNN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크렘린궁에서 크림대교를 공격당한 피해가 크기 않다고 부각하려는 시도가 있지만, 러시아와 푸틴의 위신에 대한 타격을 회복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가 약 40억 달러(약 5조7000억원)를 들여 건설한 크림대교는 푸틴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CNN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지난 2월 21일 푸틴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을 가리켜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이 푸틴에게 개인적으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 준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는 우리에게 단순한 이웃 국가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역사, 문화, 정신세계의 양도 불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CNN은 “푸틴이 제정 러시아 황제 표트르 대제(1682∼1725)에 심취해 있다”며 “푸틴은 지난 6월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을 스웨덴과 21년간 벌였던 북방전쟁(1700∼1721)과 비교했다”고 제시했다. 스웨덴으로부터 영토를 빼앗고 ‘러시아 땅을 수복했다’고 주장한 표트르 대제의 전쟁 논리를 푸틴 대통령이 대입했다는 얘기다.
CNN은 “우크라이나를 되찾는 것이 역사적 사명이라고 푸틴은 믿는 것 같다”며 “푸틴은 크림대교에 대한 공격이 러시아 영토에 대한 공격일 뿐 아니라 자신을 겨냥한 모욕이라고 받아들이고 무자비하게 보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국가반(反)테러위원회는 모스크바 시간으로 8일 오전 6시7분(한국시간 같은 날 낮 12시7분) 크림대교의 차량용 교량을 지나던 트럭에서 폭탄이 터졌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차량용 교량 일부가 무너지고 바로 옆 철도 교량에서 석유를 싣고 크림반도로 향하던 화물열차로 불이 옮겨 붙었다.
크림대교 폭발사고는 1952년 10월 7일생인 푸틴 대통령의 생일 이튿날에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과 국민들은 크림대교 폭발 사고를 놓고 푸틴 대통령을 조롱하고 있다. 올렉시 다닐로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보좌관은 트위터에 크림대교의 화염과 미국 할리우드 여배우 마릴린 먼로가 존 F 케네디 대통령에게 생일 축하곡을 불렀던 흑백영화 영상을 나란히 올리고 “좋은 아침입니다. 우크라이나”라고 적었다.
CNN은 “러시아군이 크림대교 폭발 사고 이튿날인 9일 우크라이나 민간 아파트를 폭격하고 있다. 러시아의 강경파인 푸틴 지지자들이 우크라이나 기반시설에 대한 공격을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