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만명에 가까운 수험생이 응시한 올해 중국 대입시험 가오카오(高考)의 작문 제시어로 베이징올림픽과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창단 100주년 등이 출제됐다. 역사의식과 애국심을 고취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는 평가다.
8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어문 시험에서 다양한 주제의 작문 문제가 출제됐다. 중국에서 대입 작문 제시어는 전 국민적인 관심사다. 그해 중국 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나 사건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전국 공통 주제가 있고 베이징과 톈진, 저장성은 별도 문제를 출제한다.
올해 제시어로는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공청단 창단 100주년이 제시됐다. 2008년 하계, 2022년 동계 올림픽을 모두 치른 세계 첫 도시 베이징의 저력과 스포츠 정신, 사회 진보 등에 관해 서술하도록 한 문제도 있었다. 중국의 발전상을 부각하면서 애국심을 자극하고 청년의 사명과 책임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청나라 시대 대표 소설로 등장인물만 700명이 넘는 홍루몽도 제시어로 등장했다. 바둑 용어인 본수, 묘수, 속수를 비교해 수험생의 생각을 적도록 한 문제도 나왔다. 시사와 실생활을 연결하고 경전과 전통을 중시하는 출제 흐름이 올해에도 이어졌다.
신화통신은 “최근 6년간 작문 표제어를 정리하면 시대 정신, 생활 철학, 문화 전승으로 요약된다”며 “학생들이 정치 상황에 더욱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 작문의 추세”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오후 수학 시험이 치러지던 시간에 시험지를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부실 관리 지적이 제기됐다. 이 사진을 중국 SNS 텐센트의 메시징 앱에 처음 올린 이는 “문제를 풀어주면 돈을 지불하겠다”고 적었다. 해당 글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이슈가 되자 중국 교육부는 공안에 수사를 의뢰했다.
조사 결과 간쑤성의 한 수험생이 고사장에 휴대전화를 들고 들어가 시험지를 촬영한 다음 SNS에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공안 당국은 “수험생이 답을 얻지는 못했고 시험 전 문제 유출은 없었다”고 밝혔다. 간쑤성은 시험 감독 책임자를 경질하고 수험생에 대해 엄중 조치할 방침이다.
올해 가오카오에는 지난해보다 115만명 많은 1193만명이 응시했다. 역대 최다 인원이다. 중국 방역 당국은 가오카오로 인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고사장을 소독하고 시험 2주 전부터 수험생의 건강 상태를 관찰해 이상 증상이 없을 때만 응시할 수 있도록 했다.
베이징=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