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기 드라마 시리즈 ‘스타트렉’에서 제임스 커크 선장 역을 연기한 91세 노배우 윌리엄 섀트너가 10여분을 경험한 우주를 장례식에 비유했다.
섀트너는 지난해 10월 13일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닷컴 의장 제프 베이조스의 항공우주 기업 블루오리진 로켓을 타고 지구 고도 100㎞에서 10여분간 머물렀다. 그 경험을 소개하는 책을 발간하고 9일(현지시간)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를 통해 일부 내용을 소개했다.
1960년대 미국 인기 드라마 시리즈로 방영된 스타트렉에서 우주 공상과학(SF) 드라마의 상징적인 캐릭터 커크 선장 역을 연기한 섀트너지만, 처음으로 여행한 우주를 “축하할 일이 됐어야 했지만 장례식 같았다”고 기억했다.
그는 “우주의 잔인한 차가움과 지구의 따뜻함이 대조를 이뤘다. 그것은 나를 벅찬 슬픔으로 가득 채웠다”며 “내가 우주를 바라봤을 때 어떤 신비도, 장엄한 경외심도 없었다. 내가 생각했던 모든 것이 틀렸다. 내가 볼 것이라고 기대했던 모든 것이 틀렸다. 우주여행은 모든 생명을 연결하는 궁극적 쾌락이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다른 것을 경험했다”고 떠올렸다.
섀트너는 “(우주에서) 목격했던 모든 것은 죽음이었다. 차갑고 캄캄하고 검은 공허함을 봤다. 그것은 지구에서 보거나 느낄 수 있는 어떤 어둠과 달랐다”며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굴곡, 푸른 하늘은 생명이었다. 아름다움은 (지구) 밖이 아니라 안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것은 내가 겪었던 가장 강력한 슬픔 가운데 하나였다”고 덧붙였다.
섀트너는 자신이 우주에서 느낀 감정을 다른 우주비행사들도 겪는 ‘조망 효과’(Overview Effect)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우주여행을 계기로) 인간관계의 힘에 대한 생각을 열 배로 강화했다. 그것은 내 마음에 희망의 감정을 돌려줬다”며 “우리는 보잘것없다. 우리를 하찮게 만드는 주변의 장엄함에 대해 알고 있다. 그것은 우리의 행성(지구)과 생명을 위해 스스로 다시 헌신하고 주변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