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행정부가 ‘초단기 노동자(gig worker·기그 워커)’를 보호하는 내용의 노동규칙 변경을 예고했다. 플랫폼 업체들과 일하는 기그 노동자들이 독립 계약자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까다롭게 해 노동자 오분류를 막겠다는 취지다. 규칙이 개정되면 차량·승차공유나 배달, 건설, 의료 등 산업 전반으로 퍼진 초단기 노동 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미 노동부는 11일(현지시간) “공정노동기준법(FLSA)에 따른 노동자 지위 결정에 도움이 되는 규칙제정통지를 오는 13일 게시할 예정”이라며 “새로운 규칙은 연방 노동기준에 따른 근로자 권리와 보호를 부정하고, 임금 착취를 조장하고, 특정 고용주가 부당한 이익을 얻도록 한 근로자 오분류를 방지한다”고 밝혔다.
현재는 독립계약자 여부를 구분할 때 노동자가 작업에 대해 통제하는 정도, 투자를 기반으로 한 손익 기회 등 요소에 가중치를 둬서 판단하도록 했다. 노동자가 자신의 업무를 적절히 통제할 수 있으면 피고용자가 아닌 독립계약자로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우버나 리프트 등 운전자들처럼 상당수 기그 노동자들은 사실상 회사 통제를 받는 근로 형태로 일했지만, 독립 계약자로 구분돼 노동법 보호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노동부는 이번에 가중치 기준을 없애고, 기그 노동자들의 노동관계 영속성이나 해당 작업이 고용주 사업에 필수적인지 아닌지 등을 추가로 판단하도록 했다. 또 노동자들이 일정이나 가격, 수당 등을 결정할 수 있는지도 고려하도록 했다. 노동부는 이런 작업 관계와 관련한 모든 요소를 동등하게 평가하는 종합 상황 분석을 통해 근로자 지위를 결정하도록 했다. 독립 계약자 판단 기준이 강화된 것이다.
마티 월시 노동부 장관은 “독립 계약자는 우리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고용주가 직원을 독립 계약자로 잘못 분류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오분류는 근로자에게 법적으로 벌어들인 임금 전액을 받을 권리를 포함하여 연방 노동 보호를 박탈한다”고 말했다.
현재 기그 워커는 플랫폼 업체를 넘어 산업 전반으로 퍼졌다. 노동부 관계자는 “건설이나 의료, 심지어 식당에서도 초과 근무 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업체가 근로자를 독립 계약자로 분류한 사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근로자 오분류는 최저 임금 및 초과 근무 수당과 같은 기본적인 근로자 보호를 부정한다”며 “(개정 규칙이) 재택 간호, 청소 서비스, 트럭 운송, 배달, 건설, 개인 서비스, 접객 및 외식 산업의 광범위한 근로자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기그 노동자들이 근로자로 재분류되면 연방법이 정하는 최저임금과 시간 외 수당 등을 받을 권리가 생긴다.
산업계는 독립계약자를 근로자로 재분류할 경우 운영비용이 급증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전미소매업협회는 성명을 통해 “‘바이든 룰’이 기업의 비용을 증가시키고, 복잡한 법적 분쟁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 것”이라며 “직원과 독립 계약자 모두에게 혁신과 기회 감소를 조장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규칙 개정 예고 이후 우버와 리프트 주가는 각각 10%, 12% 이상 폭락했다.
노동부는 이번 규칙 개정으로 회사나 독립 계약자, 지방 정부 등에 약 1억8830만 달러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노동부는 45일간 의견 수렴 기간을 거친 뒤 내년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