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이 18일 달러당 149엔을 넘어 150엔에 근접하며 엔저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17일(현지시간) 장중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49엔을 돌파했다.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49엔대까지 치솟은 건 이른바 ‘거품(버블) 경제’ 후반인 1990년 8월 이후 32년 만이다.
교도통신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미국 경제가 매우 견고하며 달러 강세 현상을 우려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것이 투자자들의 달러 매수 움직임을 강화했다고 분석했다.
올 초 달러당 110엔대였던 엔·달러 환율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부터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달 2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24년 만에 140엔대까지 치솟았다. 이달 12일에는 달러당 146엔을 넘어섰고, 13일에는 147엔, 14일엔 148엔대를 기록했다.
일본 언론은 이러한 엔저 현상의 배경에 일본과 미국의 금리 차와 더불어 허약해진 일본 경제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고물가를 잡기 위해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을 거듭하는 미국과 달리 일본은 초저금리 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당 150엔은 엔·달러 환율의 심리적 저항선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이 150엔을 넘어설 가능성이 점차 커지면서 일본 당국이 지난달 22일에 이어 다시 한번 외환시장에 개입할지 주목된다. 당시 일본 당국은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45.90엔까지 오르자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였다.
한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13일 오후 10시쯤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47엔 후반에서 약 1분 만에 146.50엔 수준으로 급격하게 변한 시점에서 당국이 엔화를 사들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스즈키 이치 일본 재무상은 17일 “투자 등에 따른 과도한 변동이 있다면 단호한 조처를 하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 외환시장 개입에 재차 나설 수 있다고 시사했다.
반면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같은 날 국회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금융완화와 초저금리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기조로 볼 때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는 한동안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지민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