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am News

파리 경악시킨 12세 소녀의 죽음…정치권은 이민정책 공방


성폭행당한 뒤 여행용 가방에서 숨진 채 발견된 12세 소녀를 살해한 피의자가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프랑스 정치권이 이민 정책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18일(현지시간) 프랑스 르몽드와 영국 BBC 등에 따르면 프랑스 경찰은 지난 15일 오전 롤라(12)를 살해한 혐의로 알제리 국적의 여성 다흐비아 비(Dahbia B·24)를 살인, 강간, 고문 등 혐의로 체포했다.

다흐비아 비와 함께 시신이 담긴 여행용 가방을 차에 실은 것으로 보이는 남성 A씨(43)도 함께 체포됐다. 경찰은 다흐비아 비와 A씨가 차를 몰고 파리 교외를 돌아다닌 뒤 다시 아파트 건물로 돌아왔다고 추정하고 있다.

롤라의 부모는 지난 14일 오후 3시30분 경찰에 실종 신고 접수를 했다. 매주 금요일 오후 3시면 집에 오던 딸이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롤라는 이날 저녁 아파트 단지 바깥 뜰에 버려진 여행용 가방에서 발견됐다. 발견 당시 손과 발이 묶여 있었으며 목에는 깊은 상처가 있었다. 부검 결과 성폭행을 당한 뒤 질식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다흐비아 비가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다흐비아 비는 2016년 학생 비자를 통해 합법적으로 프랑스에 입국했다. 그러나 체류증이 만료되면서 지난 8월 20일 프랑스 한 공항에서 한 달 내로 프랑스를 떠나라는 ‘OQTF’ 명령을 받았다. 한 달이 지난 뒤에도 다흐비아 비는 출국하지 않았다.

다흐비아 비가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프랑스의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대표는 프랑스의 느슨한 이민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국회에서 “이런 야만적인 행위를 한 용의자는 프랑스에 있어서는 안 됐다”며 “통제되지 않고 비밀리에 이루어지는 이민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는 르펜 대표에게 “경찰과 사법부가 자신들의 할 일을 하게 두자”며 롤라의 부모가 겪고 있을 고통과 롤라의 기억을 존중하기 위해 “조금의 품위라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공화당 에릭 포제 하원의원도 에리크 뒤퐁 모레티 법무부 장관에게 “당신이 이 사람을 추방하지 않았기 때문에 롤라가 목숨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장관은 반이민 정서를 선동하려는 극우 인사들의 언행을 경계했다. 다르마냉 장관은 극우 성향의 에리크 제무르 전 프랑스 대통령 후보가 이번 범죄를 두고 ‘프랑코사이드’라고 규정한 발언에 대해 사과해줄 것을 요구했다. ‘프랑스인이라서 살해당했다’라는 뜻의 프랑코사이드(Francocide)는 프랑스(France)와 살해(Homicide)의 합성어다.

시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파리에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가스미씨는 17일 르파리지앵신문에 “내 딸은 주말 내내 울었고 한숨도 자지 못했다”며 “우리는 이제 어떤 이웃도 믿을 수 없게 됐다. 나는 내 아이들이 매우 걱정된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