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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절없이 무너진 엔과 위안…아시아 금융위기 ‘먹구름’


엔·달러 환율이 20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장중 한때 150엔을 돌파했다. ‘거품(버블) 경제’ 후반기였던 1990년 8월 이후 32년2개월 만이다. 금융시장 불안 조짐이 나타나자 일본은행은 이날 긴급 채권 매입을 발표했다. 중국 위안화 가치도 14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일각에선 아시아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교도통신은 이날 오후 4시42분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150엔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엔·달러 환율은 올해 초 110엔대에서 지난 6월 130엔대로 올라선 뒤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강달러 현상과 일본은행의 저금리 정책 고수가 엔화 가치를 끌어내렸다.

엔·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에 근접하고 10년물 국채 금리가 정책 상한선인 0.25%를 넘기자 일본은행은 이날 긴급 채권 매입을 발표했다. 이날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일시적으로 0.255%까지 상승했다. 19일에 이어 이틀 연속 정책 상한선을 넘긴 것이다. 일본은행은 10년물 국채 금리를 0.25%에서 유지하는 수익률곡선 통제(YCC) 정책을 펴고 있다.

일본은행은 이에 5년물 이상 국채를 약 2500억엔(2조3892억원) 매입하고 10년물 국채의 경우 금리 0.25%에 무제한 매수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위안화 가치도 14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중국 역내 위안·달러 환율은 달러당 7.2484위안으로 치솟아 14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역외 위안·달러 환율도 7.279위안까지 올라 위안화 역외 거래가 시작된 2010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엔화와 위안화 약세가 1997년과 비슷한 아시아 금융위기를 재현할 수 있다고 본다. 영국 경제학자 짐 오닐은 최근 블룸버그통신에 “97년 수준의 금융위기의 방아쇠가 당겨질 시점은 엔화 가치가 달러당 150엔까지 떨어지는 때”라고 말했다. 그는 엔화 약세가 중국 외환당국의 개입을 불러 위안화 등 아시아 국가의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이는 역내 대규모 자본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슈누 바라탄 싱가포르 미즈호은행 경제전략책임자도 최근 “엔화와 위안화의 약세는 아시아의 무역과 투자에 필요한 통화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며 “손실이 커진다면 다음 단계는 아시아의 금융위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요 통화 가치의 약세에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한국 코스피는 0.86%,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225)는 0.92%, 대만 자취엔지수는 0.24% 각각 하락 마감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31% 내렸고 홍콩 항셍지수는 장중 한때 3%까지 급락해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