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로 빠르게 접어들면서 ‘시니어(노인) 케어’에 대한 교회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사회적 관계망 등 주요 지표에서 고령층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역사회 노령층을 대상으로 공동체를 만들어주고 꼼꼼한 관계망을 형성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1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노령층의 ‘사회적 고립감’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추세다. ‘외롭다’고 답한 60대 이상의 비율은 31.4%로 전체 평균(22.2%)을 훌쩍 뛰어넘었다.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한다’는 비율도 18.7%로 전 연령대 가운데 최고치였다.
‘사회적 관계망’도 취약하다. ‘몸이 아파 집안일을 부탁할 경우 도와줄 사람이 있는지’ ‘갑자기 많은 돈이 필요한 경우 빌려줄 사람이 있는지’ ‘우울해서 이야기 상대가 필요한 경우 함께할 사람이 있는지’ 등을 물었다. 이들 질문에 ‘있다’고 응답한 60대 이상의 비율은 각각 68.9%, 35.4%, 71.6%였다. 전 연령대 중 최저치다. 노인 10명 중 3명은 이야기하고 싶어도 대화를 나눌 상대가 없고, 몸이 아파 집안일을 도와 달라고 요청할 사람이 없는 것이다. 이들 가운데 60~70%는 급전이 필요해도 돈 빌릴 곳조차 없다.
교계에서도 고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시니어 선교와 더불어 지역사회 시니어 케어에 대한 세심하고 다양한 돌봄 사역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김선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 실천·선교신학 교수는 30일 “고령사회로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노령층의 사회적 관계망 붕괴는 곧 지역 공동체의 와해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교회가 지역·마을 공동체 운동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기존 사회복지 차원의 케어에서 ‘노인과 청년’ 등 세대 간 연결이나 정서적 지원 프로그램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지역사회에서 지역 어르신 등으로 사역의 초점을 구체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21세기교회연구소 소장인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어르신들의 ‘연결망’과 ‘관계망’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정 교수는 “교회가 노령층이 활동할 수 있는 장(field)을 만들어 주는 데 역점을 두면 좋겠다”면서 “노인이 더 이상 서비스를 받는 대상이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라는 인식 전환이 교회에서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양 시설에 머물진 않지만 활동 반경이 좁거나 사회적 소통이 부족한 ‘남성 어르신’ 등에 대한 ‘틈새 케어’ 필요성도 대두됐다.
최현주 시니어선교한국 간사는 “적지 않은 남성이 은퇴 뒤에 소통 대상과 배움의 기회가 줄면서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교회 내부의 다양한 재원을 활용해 이들에게 새로운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황혼 인생의 의미를 찾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