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44일 만에 사임을 발표해 영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라는 불명예를 얻은 리즈 트러스 총리가 매년 2억원에 달하는 연금을 받게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트러스 총리는 6주의 짧은 재임 기간에도 불구하고 퇴임 이후 매년 11만5000파운드(약 1억8000만원)의 ‘공공직무비용수당’(PDCA)을 받게 된다.
PDCA는 1990년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총리 퇴임을 계기로 만들어진 제도로, 총리가 퇴임 후에도 공적인 활동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아 이에 들어가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현재까지 영국에서는 6명의 전임 총리가 PDCA를 받고 있으며, 2011년 이후 수당이 인상된 적은 없다.
44일만에 퇴임한 트러스 총리가 PDCA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정치권의 압박도 심해지고 있다.
영국 제1야당인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44일 만에 물러난 트러스 총리가 이런 돈을 받을 자격이 없다”며 “(트러스 총리가 스스로) 사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야당인 자유민주당의 에드 데이비 대표는 영국 LBC 라디오에서 트러스 총리가 받게 될 돈이 명목상 비용을 충당하는 수당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국가 연금이나 마찬가지이며, 근로자들이 퇴직했을 때 받는 액수보다 여러 배 많다고 지적했다.
야당 대표들의 이러한 촉구는 노동조합들과 시위 참여자들이 이와 비슷한 요구를 내놓은 데 따른 것이라고 BBC는 전했다.
작은 정부를 표방하는 트러스 총리는 지난달 부자 감세를 포함한 연 450억 파운드 규모의 감세 조치를 발표했다. 이는 시장 상황과 역행하는 행보로 발표 이후 파운드화 가치와 국채 가격이 하락하는 등 각종 부작용이 이어져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결국, 트러스 총리는 9월 6일 취임 이후 44일 만인 지난 20일 사의를 표명했다.
노혜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