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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키이우 해방 선언…“압박 받는 푸틴, 전략 수정”


러시아가 5월 초까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등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장악에 집중하기 위해 침공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미 정보당국이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고전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승리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고, 이에 따라 가장 가능성이 큰 지역인 동부에 집중하려 한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수도 키이우 해방을 선언했다. 러시아가 키이우와 체르니히우 지역에서 군사 활동을 대폭 줄일 것이라고 밝힌 지 닷새 만이다.


CNN은 2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전승 기념일인 5월 9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정보를 미국이 입수했다”며 미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푸틴 대통령은 자신이 승리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고, 우크라이나 동부는 승리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또 “푸틴은 전승기념일에 일종의 승리를 축하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5월 9일은 러시아가 나치 항복으로 2차 세계대전 승리를 선언한 기념일이다.

미 정보당국은 러시아 지상군이 전쟁 시작 한 달이 넘도록 전투 지역에 대한 통제를 유지하지 못하는 등 고전을 지속하자 이 같은 전략 수정에 나선 것으로 평가했다. 러시아는 병력 손실이 크게 확대되고 있고, 제재로 인한 경제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미 정보당국은 특히 러시아가 5월 초를 목표로 세운 이유에 대해 “겨울철이 끝나면 얼었던 땅이 녹아 중장비 지상부대가 기동하기 더 어렵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그러나 “러시아가 당일 축하 행사를 하더라도 (현실은) 실제 승리와는 가깝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 ​​국방부 관계자도 “푸틴 대통령은 5월 9일 전쟁이나 평화회담 상황에 상관없이 승리의 퍼레이드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 동맹은 러시아의 이 같은 행동이 선언적인 수사일 뿐이고, 실제로는 장기전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유럽의 한 외교관은 “푸틴은 체첸식의 길고 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르세니 야체뉴크 전 우크라이나 총리도 “푸틴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는 것이지만 실패했고, 그는 플랜B로 전환했다”며 “플랜B는 일종의 마감 시한이 있다”고 말했다.


수도 키이우 주변에 있던 러시아군이 퇴각하면서 우크라이나는 수도 탈환을 공식 선언했다.

한나 말리아 우크라이나 국방 차관은 이날 트위터에 “이제 러시아 점령군으로부터 키이우 전체가 해방됐다”며 “이 지역은 러시아군의 점령 시도로 가장 치열한 전투를 겪어왔다”고 밝혔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도 국영 TV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이 북동쪽 국경으로 철수했다. 우크라이나군이 키이우 인근에서 30개 이상의 마을을 탈환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키이우 주변의 군사활동 축소가 우크라이나와의 평화협상에서 상호 신뢰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미국 등 서방은 조기 점령 실패에 따른 병력 재배치 일환으로 평가했다. 5월 승리 선언을 위해 돈바스 등 동부지역 병력을 강화하려는 조처라는 것이다.

아레스토비치 고문은 “북부 전선에서 연료가 없어서 버려진 장비를 상당수 입수해 우리 군에 넘기고 있다”며 “이는 우크라이나 공세가 잘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은 키이우 인근에서 철수하는 러시아군을 따라 계속 진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군이 키이우 인근에서 철수하면서 키이우 교외 호스토멜 공항에서도 병력을 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전략 수정으로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면서 미국 등 서방도 우크라이나군 동부 전선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뉴욕타임스(NYT), CNN 등은 “바이든 행정부는 젤렌스키 대통령 요청에 호응해 동부 돈바스 지역 우크라이나군 증강을 위해 소련제 탱크를 이송할 것”이라고 미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이 보유한 소련제 T-72 탱크를 보낼 것으로 전해졌다.

미 당국자는 “탱크가 전달되면 우크라이나는 돈바스 지역에 있는 러시아 표적에 장거리 포격을 할 수 있다”며 “탱크는 수 일 내 인도될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탱크 도착은 우크라이나군의 격렬한 저항으로 전선이 정체된 전쟁의 새로운 단계가 시작되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 국방부는 경량 드론 ‘푸마’ 무인항공 시스템, 일명 ‘가미카제 드론’으로 불리는 스위치블레이드 드론, 장갑 험비, 기관총, 상업용 위성 영상장비, 전술 보안 통신 시스템, 열영상 시스템 등 3억 달러 규모 군수품을 우크라이나에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동유럽 나토 보안 작전 지원을 위해 해리 트루먼 항공모함 배치 연장을 승인했다.

미 전쟁연구소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속적인 군사 지원은 앞으로 몇 주 안에 우크라이나의 추가 반격을 가능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철수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지뢰밭으로 만들고 있다”며 “러시아군 철수 이후에도 폭격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특히 “러시아군은 (민간인) 집 근처에 지뢰를 설치했고, 심지어 시신 등에도 부피트랩 등을 달아놓았다”고 비난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