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더러운 폭탄’(dirty bomb·더티 밤)을 사용하려 한다는 러시아 측의 주장을 둘러싸고 양측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방 측은 확전 빌미로 삼으려는 러시아의 술책이라고 비판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화생방군 사령관 이고리 키릴로프는 이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더티 밤 사용 가능성을 제기하며 “우크라이나가 가동 중인 3개 원전, 가동 중단된 체르노빌 원전, 핵폐기물 저장고, 원자력 산업체나 연구소 등에서 방사능 물질을 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는 2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우크라이나가 더티 밤 공격을 계획 중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가 더티 밤을 사용하려고 미리 거짓 선전전을 펴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3개국 역시 공동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이러한 의혹 제기를 “명백한 허위 주장”으로 일축했다. 그러면서 “세계는 이 주장을 확전 명분으로 사용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간파할 것”이라고 러시아를 향해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더티 밤은 핵무기와 마찬가지로 ‘방사능 무기’(radiological warfare)에 속하지만 엄청난 핵 폭발력을 타격 수단으로 이용하는 핵무기와는 달리 일정한 지역에 대한 핵 오염을 목표로 한다.
BBC 방송 러시아어 인터넷판은 이날 ‘더티 밤이란 무엇인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더티 밤에 대한 전문가들의 설명을 소개했다.
더티 밤은 폭발이 일어날 때 일반적인 폭발 현상과 함께 공중과 지상 등에 핵물질이 유포돼 주변 지역을 오염시키기 때문에 ‘더러운 폭탄’으로 불린다. 방사능 물질이 든 용기에다 그것을 폭파해 그 폭발력으로 핵물질을 확산시키는 폭발물을 채운 것으로 재래식 포탄에 방사능 물질을 채울 수도 있다.
엄청난 위력의 파장과 전자기충격파(EMP), 섬광 등이 발생하는 핵무기 폭발 때와는 달리 방사능 물질 자체의 분열과 융합 반응을 통한 폭발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더티 밤이 사용될 경우 엄청난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도시에서 터지면 최소한 일부 구역은 거주와 생활이 불가능해지며 이로 인한 경제·정치적 파장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직접적 인적·물적 피해 외의 심리적 공격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더티 밤 폭발로 인한 핵물질 분출은 다수의 사람에게 공포를 조장하며 일정 지역을 패닉 상태로 몰고 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극단주의 조직들이 이 무기를 얻으려고 애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