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7일 아내가 아이들의 학교와 유치원 등교를 이유로 전화를 드렸지만, 아버지가 받지 않으셨습니다. 여러 차례 전화를 받지 않는 상황에 걱정된 저와 아내는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에 집으로 달려갔는데, 아버지가 쓰러져 계셨습니다. 아내는 바로 구급차를 불렀고 아버지를 병원으로 모시고 갔습니다. 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통해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지셨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 난민으로 치료비도 없고 건강보험도 없는데, 진료비 부담으로 옮긴 인천의료원에서 인천시, 인천관광공사와 함께 우리에게 지원을 해준다고 했습니다. 우리 가족은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러시아-우르라이나 전쟁을 피해 한국으로 온 츠카이유리(72)씨가 뇌출혈로 쓰러진 뒤 인천시, 인천관광공사, 인천의료원의 지원을 받아 치료를 받고 있는 가운데 그의 아들이 감사의 손편지를 인천의료원에 전달했다는 소식이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26일 인천의료원에 따르면 3개월 전 전쟁을 피해 관광비자로 한국에 입국한 츠카이유리씨 가족은 생계유지를 위해 방문취업 비자를 신청한 상태다. 츠카이유리씨의 아들인 츠카이막심(26)씨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가족을 부양하며 본국인 우크라이나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지난 17일 아침 츠카이유리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를 발견한 아들이 인근 병원으로 츠카이유리씨를 옮겼고 뇌 컴퓨터 단층촬영(Brain CT)을 통해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당시 츠카이유리씨 가족은 수술을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 건강보험이 없는 외국인으로 300여만원의 검사비용조차 낼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수중에 모아둔 돈과 지인을 통해 구한 돈을 합쳐 검사비용을 겨우 마련한 츠카이유리씨 가족은 환자를 공공병원인 인천의료원으로 옮겨야 했다.
이 같은 사연을 접한 인천의료원은 츠카이유리씨를 돕기 위해 인천시와 인천관광공사에 지원을 요청했다. 시와 관광공사는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 환자를 위한 나눔의료사업을 추진하고 있었기에 츠카이유리씨를 위한 800만원의 치료비를 지원했다.
현재 츠카이유리씨는 시, 관광공사, 인천의료원의 지원으로 수술을 받은 뒤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고 있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환자를 돕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은 상황으로 환자분에 대해 많은 분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천=김민 기자 ki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