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군함이 사용하는 수중 음파 탐지기로 인해 흑해에 서식하는 돌고래 100마리 가량이 떼로 죽게 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당국과 과학계는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아직 민간인 접근이 가능한 흑해 해안에서 집단 폐사한 돌고래와 알락 돌고래 95마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인간이 목격하지 못한 것까지 포함하면 실제 죽은 돌고래는 수만 마리에 달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추정이다.
과학자 이반 루셰프는 “흑해에서 죽은 돌고래는 약 5만 마리로 추정된다”라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그는 전쟁 전에 봉쇄되지 않은 흑해 해안선 44km를 따라 돌고래가 죽은 채 발견되는 일은 1년에 몇 번 없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번에 발견된 돌고래 사체에서는 그물에 걸렸거나 지느러미가 잘린 흔적 등 외상도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남부 항만 도시 오데사 지역의 검찰총장 세르히 코스텐코는 “선행 연구에 따르면 돌고래 집단 폐사의 원인은 러시아 흑해 함대가 사용하는 음파 탐지기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군에서 사용하는 음파 장비가 돌고래의 생존 수단인 반향 위치 측정을 교란했다는 것이다.
반향 위치 측정은 음파와 소리의 반향을 이용해 주변 물체의 위치를 알아내는 돌고래의 생존방식이다. 이때 음파 장비에서 내보내는 저주파 신호에 의해 쉽게 교란되기 때문에 방해받은 돌고래는 먹이를 찾지 못해 굶어 죽거나 방향 감각을 잃고 위험한 곳으로 돌진해 죽을 수 있다.
또한 파블로 골딘 우크라이나 국립과학아카데미 연구원은 “러시아 흑해 함대는 음파 탐지기, 미사일 발사 등 수많은 소음원을 갖고 있다”라면서 “전투기 등의 비행은 돌고래의 청각 손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보았다.
앞서 지난 6월2일 미국 주간 뉴욕타임즈도 유럽에서의 최근 연구를 인용해 수천 마리의 돌고래 시체가 불가리아, 루마니아, 튀르키예와 우크라이나 해안으로 떠밀려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연구에서 돌고래 죽음의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지만, 연안의 먹이 활동 지역에 떨어지는 폭탄, 탄약의 화학 물질에 오염된 강물 유입, 기름 유출 등으로 흑해의 해양 다양성이 지속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중 돌고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배에서 나는 소음과 소나(sonar)로 추정한 연구도 있었다. 소나는 초음파를 발사해 반사 파동으로 수중 장애물이나 해저 상황을 탐지하는 장치다.
이지민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