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정부가 월드컵 개막을 20여일 앞두고 수도 도하의 월드컵 관광객 숙박 지역 인근 아파트에 머물고 있던 외국인 노동자 수천 명을 사전 통보 없이 강제 퇴거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카타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카타르 당국에 의해 거주하던 아파트 10여동에서 떠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아시아, 아프리카 출신으로 거주할 곳을 찾지 못해 도로에서 노숙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토로했다.
노동자 등 1200여명이 사는 도하의 알만수라 지역에서는 당국이 지난 26일 밤 갑자기 주민들에게 “2시간 안에 집을 비우라”고 통보한 뒤 남아 있던 거주자들을 몰아내고 건물 문을 잠그는 일도 벌어졌다.
퇴거당한 노동자들은 주로 운전이나 일일 노동에 종사해온 것으로 전해졌으며, 숙소를 노동자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소규모 건설사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자들이 강제 퇴거당한 건물들은 카타르 정부가 월드컵 방문자들에게 숙소를 임대하기로 한 지역에 인접해 있다. 월드컵 조직위 웹사이트는 알만수라 지역 아파트를 하루 240~420달러(34만~60만원)에 임대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로이터는 실제로 노동자들이 퇴거당한 지역에서 10동 이상의 건물이 비어 있고 일부는 전기가 차단된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카타르 정부 측은 “이들의 퇴거는 오랫동안 진행해온 종합적인 도하 지역 개편작업에 따른 것”이라며 “월드컵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들은 모두 안전하고 적절한 숙소에 재수용되고 있으며, 퇴거 요구는 적절한 통보 절차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해당 논란에 대해 묵묵부답이며,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원회도 카타르 정부에 문의하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취해진 이 같은 조치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가혹한 처우와 억압적인 사회법 등으로 국제사회의 눈총을 받아온 카타르의 인권 문제가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는 인구 300만명 중 85% 정도가 외국인 노동자이다.
중동 외국인 노동자 인권운동 단체인 ‘이주자 권리 프로젝트’의 바니 사라스와티 국장은 “이는 현 카타르를 값싼 노동력이 만들었다는 것을 숨긴 채 호화롭고 부유한 겉모습만 보이려 하는 것”이라며 “사전 통보도 없이 퇴거를 진행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비인간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노혜진 인턴기자